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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정전..그리고 인터넷의 먹통

갑자기 예고없이 정전됐다.

우리 사무실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정전이다.

(자주 오시는 분은 알고 있겠지만 나는 섬에서 근무한다)

문서작성중에 정전으로 파일이 날아가버려 뿔이나서 한전에 전화를 했더니,

'유해요인' 제거를 위해 예고된 선로작업이란다. 미리 개별공지를 다했다고...

우린 못받았다고 했더니 임시전력이라 착오가 있었나보다라고 사과를 한다.

사과하는데 거기다 화를 낼 수도 없고, 또 귀찮긴 하지만 '치명적인' 손실을 입은 것도 아니기에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다.

 

..........

..........

도시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업무중에 정전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요즘 시대에 갑자기 정전이 된다면?

모든것이 올스톱이다.

전등이 꺼지는건 낮시간이라 상관없는데 문제는 컴퓨터다. 모든게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사무환경

이다보니(컴퓨터 회사가 아니라 모든 회사가 다 그렇지 않은가) 정전이 되고나면 아무리 바쁜

회사여도 사람들이 할일이 없어진다.

 

전기가 다시 들어올때까지 멍~하니 한시간을 기다렸다.

사무실에 그냥 앉아있기 지루해서 밖에나와 마을을 서성거리게 됐다.

그랬더니..

 

사람사는 모습이 보인다.

섬마을이라 그물을 손질하는 아저씨들,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주머니들, 동네어귀 모여앉아

햇볕을 쬐며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들, 또릿한 눈망울을 치켜뜨고 나를 경계하는 도둑고양이

들까지. 세상이 느리게 돌아가는게 보이기 시작했다.

 

(산 중턱에 누렇게 보이는 놈들은 소다. 이곳은 저렇게 소들을 방목시키고

소를 이용해 밭일을 한다. 아빠소인 내 블로그 이름이 생각나 찍어봤다. 폰카)

 

 

사실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짬짬이 시간날때마다 인터넷에 코박고 앉아서 키득거리고,

잠자고 일어나면 또 출근하고 이런 시간을 반복하다보니 컴퓨터 밖의 세상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 관심도 없이 살아온게 아닌가!. 휴일에 가족들과 나들이할때만 걸어다니지 사실 걷는

시간도 얼마 없다. 항상 차타고 다니니까.

내가 근무하는 이 섬마을은 아직도 소가 쟁기질을 하고, 손으로 보리알을 털어내면서 살고있다.

근데 이런 모습을 보면 제일먼저 생각나는게 사진찍어서 블로그에 올려야지..하는 생각이다.

풋~ 웃긴다.

 

전기가 들어왔다. 다시 내 생활은 바쁜일상 속으로 돌아갔다.

 

ps. 하루종일 인터넷 속도가 최악이었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니 일부 지역에 낙뢰로 인해 정상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단다.

     페이지 한번 넘기는데 1분정도 소요되니 내 블로그에 방문하신 분들 답글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전기는 들어왔는데 인터넷이 이모양이니 또 속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