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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새누리당 압승! 개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자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었다. 4년동안 좌절하면서도 말로만 국민을 앞세워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향해 내가 할수있는 일이라곤 선거때 진짜 국민들의 단합된 힘을 통해 심판하는것 뿐이라고 믿어왔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접해왔던 우리 이웃들, 국민들은 거의 모두가 같은 목소리뿐이었기에 난 민심이 이번 정권을 떠났다고 굳게 믿고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오늘 현충원 방명록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란 말로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나 역시 개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제목으로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온 나라가 빨갱이 나라가 되버렸다. 예전 진보정당들도 선거때 정당을 대표하는 색으로 빨간색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안그래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보수세력들이 심지어 점퍼색을 가지고도 빨갱이라고 색깔논쟁으로 공격할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때는 대표적인 보수정당이자 파란색의 상징어었던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더니만 당을 대표하는 색도 강렬한 빨간색을 사용했다. 격세지변이다.

 

굴욕적인 사대외교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한미FTA 날치기 통과, 회복 불가능 수준의 자연파괴, 환경파괴 4대강 사업,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부치는 제주도 해군기지,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통한 언론장악과 반대언론 재갈물리기, 강경진압 일변도의 시위 대응, 천정부지로 뛰기만 하는 물가, 재벌감세,  출자총액제 완화등의 친재벌 정책, 정보기관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검찰, 경찰을 통치 수단으로 전락시킨 행위,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파렴치함, 냉전의 물꼬를 트고 겨우 화해모드로 돌아선 남북관계를 10년전으로 완벽하게 되돌려 놓은 점,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 진실은 뒷전이고 거짓말로 일관하며 정부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 빨갱이로 몰고갔던 점, 친일 전력에 친한나라당, 친이명박 정부의 보수언론들에게 종편이란 선물을 안겨주어 신문에 이어 방송까지 여당 기관지로 만든 점, 내곡동 사저를 구입하면서까지 아들 명의로 투기의혹을 일으킨 점, BBK를 설립했다고 해놓고 문제가 되자 그런말 한 적 없다고 발뺌하는 도덕성, 일가친족 모두가 부정부패에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역대 정권중 가장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 하는 점,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워놓고 정권을 잡자 그런 약속 한적 없다고 거짓말 한 점, 광우병 쇠고기 파동때 촛불시위대를 향해 두번이나 사과를 해놓고도 1년이 지나자 오히려 시위를 주동한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는다고 큰소리 친 점, 전임 정부에서 해놓은 자원외교에 숟가락만 얹어놓고 내 업적이라고 치장한 점, 당장에 생각난 것만 적었을 뿐임에도 스크롤 압박이 느껴질 정도인데, 그래서 어릴때 겪었던 박정희 정권을 제외하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중 역대 최악의 정권이라고 생각해왔던 이명박 정권.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분노를 보여주고, 12월 대선에서 심판하겠다고, 나뿐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그러나, 이는 인터넷에서 목소리 큰 일부만의 오판이었다. 결국 대다수 국민들의 선택은,

 

 

한나라당, 새누리당, 이명박, 박근혜 였다. 비록 주위에서 불평불만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 국정을 이끌어온 것도 잘한 일이고, 새누리당이 어쩐다 저쩐다 말들하지만 그래도 민주통합당 애들보다는 더 낫다~ 또 한나라당이 문제는 많았지만 지금은 새누리당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박근혜는 이명박과는 다르다~ 또 아무렴 지금 이명박 정부가 예전 노무현 정부만큼 잘못하지도 않았다는게 국민 대다수의 생각임을 인정해야 한다. 뭐 새누리당이 선거에는 이겼어도 압승이라고 할수는 없는 수준이라느니, 그래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야당이 사실상 이겼다느니 이런 핑계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해놓고 사실상 이긴거나 다름없다는 홍준표와 다름없는 소리다. 분명 야권은 패했고, 새누리당은 승리했으며, 이명박 정부는 심판에서 벗어났다. 국민들은 민주통합당 보다는 새누리당을 선택했고 이 결과를 반대진영은 받아들여야 한다.

 

넋두리가 길었다. 선거결과가 나오고 의외의 결과에 당황한 언론과 전문가들이 속속 야당의 패인을 분석하기 시작하고 있다. 정치 블로그는 아니지만 그간 가끔 정치적인 성향을 내비쳤던 내 블로그에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얘기하시는 분도 있었기에 간략하게 야당의 패인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내가 본 야당의 패인은

첫째, 선거의 여왕 박근혜에 대한 과소평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노무현 탄핵이후 맞은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거의 재기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을때도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사람이 박근혜였다. 그리고 맞은 17대 총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한나라당을 기사회생 시킨 전례가 있다. 이후 수차례 치룬 재보선에서도 박근혜가 나서는 선거는 모두 한나라당의 승리로 귀결됐기에 오죽하면 '선거의 여왕'이란 칭호가 붙었을까.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100석을 얻기가 어렵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음에도 친이계열을 무장해제시키고 모든 전권을 손에 쥔 채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와 당명 변경을 통해 한나라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며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대 진영에서는 독재자의 딸이자 아버지의 후광만 있을뿐, 정치적인 업적도 없고,소신도 없는 정치인이라고 비난하지만 이는 그녀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일뿐임을 인정해야 한다. 어찌됐든 박근혜가 떳다 하면 대구, 경북은 물론이거니와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충청권까지 들썩이는 효과가 있다.

 

둘째, 북한의 로켓발사로 빚어진 북풍의 영향이 컷다. 전통적인 여당의 텃밭이었다가 최근 조금씩 야당에 마음을 여는듯했던 강원권이 북한의 로켓발사 위협으로 빚어진 안보정국에서 새누리당에 몰표로 돌아섰고 다른 지역에서도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했다고 본다.

 

셋째, 야권의 인물 부재다. 안철수와 같은 거물급 인사가 앞장서서 선거를 진두지휘 했다면 이런 결과가 빚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가 뛰고 있는데, 야권에서는 한명숙이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박근혜와 한명숙은 무게가 달랐다. 여론이 뒤지고 있던 충청지역을 박근혜가 다녀간후 새누리당이 반전에 성공할 정도였지만 반면 한명숙 이름이 갖는 무게감이 부족했음을 느낀다. 안철수의 대안으로 떠오른 문재인은 낙동강 벨트에서의 연합전선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심지어 손수조와의 티비토론 맞대결에서도 뛰어난 언변을 보여주지 못해서 대선을 앞두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넷째, 정부, 새누리당, 선관위, 보수언론이 똘똘 뭉쳐 야권을 향한 맹공을 편 영향이 절대적이다. 이제껏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론이 지배하던 선거정국에 김용민 막말이라는 사소한 껀수 하나 잡히자 개떼처럼 물고 늘어진데 반해 야권에서는 딱히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게 주요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실제 많은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경악할만한 수준의 말들을 하고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김용민 후보와 이를 방관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두고 마음을 돌렸다. 사실 나 개인적으로도 막말 사건과 관련해 김용민 후보가 사퇴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어쨋든 전후사정 모르고 질이 낮은 사람이라고 몰아부친 언론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표심이 돌아서는 계기가 됐음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지역감정과 관련되어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새누리당을 사랑하는 영남지방의 민심은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듯 하다.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 중에서도 영남 출신인 분들 얘기는 아무리 살펴봐도 현 시국에서 박근혜를 뛰어넘는 정치 지도자는 찾아볼수 없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박근혜는 이명박과 다르다고도 한다. 또한 뭐니뭐니해도 그래도 새누리당을 대체할 정당을 찾아볼수 없다고도 한다. 이는 어찌 토론으로 설득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절대적인 믿음이다. 매번 선거때마다 직접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3김시대때는 막연히 김대중이란 사람이 미워서 민주당에 표를 주지않았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민주통합당은 김대중 정당이 아니지 않은가. 지도부를 구성하는 대부분은 서울이나 영남 출신들이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동교동계도 찬밥신세를 못면한다. 심지어 노무현 전대통령 또한 영남 출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남인들에게 민주통합당은 '전라도당' 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자, 지금까지 야당의 패인을 나름대로 분석해봤다. 그렇다면 향후 정국은 이명박 정부가 안정된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레임덕을 벗어나 국정을 마무리 할수 있을것인가? 천만에.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더이상 이명박 정부의 울타리가 되지못할것이다. 오히려 야당보다 더 맹렬히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고 공격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명박과의 차별화만이 박근혜가 살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역대 정권 말기에 보여주었던 보수언론들의 행적을 보더라도 조중동을 위시한 언론은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세가 박근혜로 넘어간 것을 두눈으로 확인했고, 박근혜가 이명박과 차별화를 선언할 경우에는 그동안의 강한 생존본능대로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는 박근혜를 중심으로 집결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또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는 별개로 한미FTA나 강정마을 해군기지, 친재벌 정책, 사학관련 비리등은 옹호하고 넘어갈 것이고, 친미 외교, 뉴라이트 등과도 협력도 긴밀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여당 못지않게 비대해진 야당과의 정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비록 선거에서는 패했다 하더라도 절반에 가까운 의석수를 확보한 야당도 순순히 물러서 있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때까지 남은 8개월, 그 어느때보다 정국이 요동치겠고, 힘없는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 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