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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전남 화순의 백아산 눈썰매장

집 가까운 곳에 괜찮은 눈썰매장이 하나라도 있다면 겨울철 가족 나들이엔 그만한게 없다.
스키장을 가기엔 아이들도 어리고 왠지 부담스럽다면 아이들도 신나고, 엄마, 아빠도 신나는
놀이중에 썰매만한게 있을까~  예전 여수에 살땐 다행히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사람들이 많지않아 좋았던 여천 눈썰매장이 있었고, 광주로 이사온 후엔 가까운
곳에 패밀리랜드 눈썰매장이 있다. 근데 광주, 전남에 하나뿐인 놀이시설이라 그런지 시설에
비해 찾는 이들이 많아 선뜻 가기가 망설여지는 곳이다.

올겨울 첫 눈썰매장으로 선택한 곳은 광주 인근 화순에 있는 백아산 눈썰매장이다.
장성 용매골에도 대하레저 눈썰매장이란 곳이 있는데 리프트가 없고, 주차가 어려운데다,
무엇보다 가는 길이 가파른 산길이라 눈이 쌓이면 운전해서 가기 힘들다는 말도 있어서
전에 가본적이 있는 화순 백아산으로 가게됐다. 백아산 눈썰매장은 그나마 광주 인근에서
가장(?) 슬로프도 길고, 리프트 시설도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곳이라고 한다.





확실히 눈썰매장이 자리잡은 곳은 눈이 많이 오거나, 눈이 쌓이면 잘 안녹는 곳인건가?
광주를 출발할때만 해도 눈구경 하기 힘들었는데 화순에 넘어와 백아산 자락에 접어들자
제법 쌓인 눈이 녹지않고 남아있었다. 눈썰매장 입구에서 굽이굽이 올라오는 길을 내려보자니
굳이 슬로프를 찾을 필요없이 썰매 하나 있으면 저 길 자체가 눈썰매장이 되겠다 싶다.

광주에서 약 30분 거리. 아침 개장시간은 10시라고 하는데 10시 반에 도착해보니 일요일임에도
사람들이 그리 많지않아 다행이었다. 어른은 만원, 2세 이상 어린이는 9천원, 리프트 5회 이용권
이 2천원이다. 구내 매점에서는 간단한 스낵류의 식사를 할수있고, 매점도 있어 편리했다.
다만 어느곳이나 마찬가지로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다들 조금씩은 준비해서 오는듯.
가장 불편한 점은 사물함이나 짐을 보관할만한 곳이 없다는거다. 보통 눈썰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를 둔 가족들이라 바리바리 짐이 좀 많겠는가. 그런데 딱히 짐을 맡길만한 곳이 없으니
아이들 썰매 탈때 보호자는 짐을 들고 기다리고 있든지, 아니면 짐가방채 등에 매고 아이와 함께
썰매를 타야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어느곳을 가도 다 똑같은 문제인듯.

슬로프는 성인 슬로프와 아동 슬로프 두곳이 있다. 꼬꼬와 꿀꿀이, 슬로프를 보자마자 정신없이
썰매를 즐기기 시작하시고 금새 리프트 5회 이용이 바닥이 났다. 리프트를 이용 못하면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제 한몸 올라가기 힘든 애들에게 튜브를 끌고 가게 할수는 없는 일, 이제 남은건
가족들 튜브를 몽땅 끌고 비탈길을 올라가는 아빠소의 역할뿐! 힘들게 올라가면 내려오는건
한순간 이더라.. 또다시 튜브 세개를 끌고 낑낑대며 올라갔다. 영락없는 소가 쟁기끄는 풍경이다.





이때가 좋았다. 5번이 지나고 나면...





이렇게 튜브를 끌고 올라가야 한다. 썰매를 서너번 타고 말것도 아니고.. 저 길을 한 스무번은
올라간것 같다. 평소 운동부족을 걱정했는데 앞으로 한달간 그런 걱정 안해도 될 운동을 하루에
다했다. ㅡㅡ;





앞에는 신이 난 꿀꿀이~ 뒤에는 튜브 챙기는 쌈닭 ㅡㅡ;
그나마 큰딸 꼬꼬는 많이 컷다고 엄마,아빠와 떨어져도 찾지도 않고 혼자서 맘껏 썰매를 즐긴다.
오후가 되자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 리프트를 타기위한 줄이 길어졌다. 이 사람들 기다렸다 한번
타고 올 시간에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은 두번을 탈수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본다. ^^;

 

 

 

이 날 눈썰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었다. 자신들도 썰매를
즐겼지만 하나같이 눈으로는 새끼들 안위를 살펴보느라 여념이 없더라. 녀석들은 부모들이
자기를 이렇게 키웠다는걸 금새 다 잊어버릴텐데...
그나저나 스키장을 안가본지가 십년이 넘었다. 총각때는 겨울마다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스키를 즐기던 나름 매니아였는데, 나이가 들어가고 안간지가 오래되다보니 이젠 가라고 해도
못갈것 같다. 넘어지면 뼈 부러질까 무섭기도 하고.. ㅡㅡ;;  천상 이제 애들과 눈썰매나 즐겨야
하는건가? 아! 인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