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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왁자지껄 우리가족 설날 풍경


설 연휴가 끝난지 일주일이 다되가는 지금에서야 설날 풍경을 올려본다.
연휴 끝자락에 회사 교육이 있었고, 또 섬에 돌아와 밀린 일을 하다보니 훌쩍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세배를 가르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풀썩 엎드려 일어날줄 모르던 둘째딸 꿀꿀이도 1년새 훌쩍 자라
이젠 제법 모양을 갖춰 세배를 하게됐다. 유치원에서 큰절의 정석을 배워온
언니 덕분이다 ^^
설날 전에 미리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예행연습을 해봤다.
다른이들 눈엔 그저 닮은 자매일 뿐이지만, 엄마 아빠 눈에는 하늘에서 강림한
선녀와 천사들처럼 보인다 ^^;;;




 
 

작년에 일부러 넉넉하게 샀던 한복이 작년 추석과 올 설 두번 입었을 뿐인데 폭풍성장 덕에
이제 더이상 입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 추석때가 되면 칠부치마가 되버릴듯~
무럭무럭 자라서 기쁘기는 하다만 너희 옷들을 어찌 감당한단 말이냐... 그나마 둘째 꿀꿀이는
언니 옷을 물려입으면 되지만, 첫째 꼬꼬는 물려받을 친척도 없고, 초등학교 입학까지 하게
되니 초라하게 다닐수도 없어 은근 걱정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항상 방송에서 집안일에 힘든 며느리 얘기가 나오길래, 이번 설에는 적극적
으로 돕고자 결심했다. 형수가 수술을 받고 요양중이라 쌈닭이 어머니를 도와 설 음식 준비를
도맡았다. 장도 같이 보고, 어머니가 준비하신 전감을 형과 내가 부치고, 음식준비가 끝난 후엔
청소기를 돌리고, 식사하고 나서는 설겆이도 척척~  사위들이 이렇게 집안일을 거들면 어머니
보시기에 흐뭇했겠지만, 아들들이 나서서 집안일을 하니 속으로 어찌 생각하셨을지. 그래도
여럿이 같이 일을하니 힘들지 않고 재밌게 끝마쳤다. 다 필요없고, 나중에 집에 돌아갔을때
쌈닭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그럼 앞으로 명절때마다 이번과 똑같이
집안일을 거들리라~~

설 차례상은 형과 우리 가족들만 조촐하게 지냈지만 곧 누나네 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하니 좁은
집이 꽉 들어찼다. 현관에는 신발을 둘곳이 없을정도. 6남매의 형제들과 배우자들, 그 밑으로
열세명의 2세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돌아가신 아버지와 수술받은 형수를 빼고도 25명이다.

 

 

그러다보니 조카들로부터 세배 받는것도 대규모다. 도착한 가족들 순서대로 세배를 하다가는
하루종일 세배할 판이어서 모두 모이고 난후 합동으로 세배식을 거행했다. 방이 비좁아 모두가
한꺼번에 받지 못하고 세번에 나눠서... 세뱃돈을 줄때도 나이별, 학년별로 차등을 줘야하기에
편리하게 번호를 불렀다. 1번~ 하면 큰조카가, 2번~하면 나이순으로 다음 조카가, 13번~까지
하고나니 모두 끝난다. ㅡㅡ;;

 

 


 

우리 두 딸들이 가장 어리다보니 적자다! 나가는건 많고 들어오는건 적고 ㅠ.ㅠ

그나마도 올 설은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보니 꼬꼬한테 들어온 세뱃돈을 융자받아 조카들에게
돌려 막았다  ㅠ.ㅠ

그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마침내 돌아온 포근한 우리집. 이번에는 입이 코보다 더 나와있는
쌈닭의 눈치를 보며 아부작전에 들어간다. 애들 옷을 갈아입히고, 싱크대에 남아있는 설겆이를
해치우고, 애들 양치시켜 재운다음, 고생했다며 전신 맛사지에 안마 서비스가 들어가줘야 한다.
그다음엔 쌈닭이 좋아하는 커피를 시키지 않아도 타서 상납하고~ 다행히 불상사 없이 쪼~끔
기분이 풀어졌다. 여기서 결정타를 먹여야 뒷 탈이 없다. 따로 준비해논 금일봉을 봉투에 넣어
"고생 많았지? 이걸로 하고싶은거 해" 라는 멋있는 멘트와 함께 전달했다.
"이건 아버님 드리고" 설 준비하시라고 본가에 드렸던 액수와 똑같은 봉투 하나를 더 내밀었다.
그런데 그게 잘 전달됐는지, 아니면 중간에서 전달사고가 났는지는 모르겠다. 확인해 볼수도
없고..  ㅡㅡ;;

사실 명절때 집안일을 돕는다고 해봤자 여자들이 하는 일의 반도 따라가지 못한다. 그냥 생색용
일뿐. 티안나는 잔일들이 좀 많은가!  더군다나 올해는 형수마저 아파서 오지 못했으니 쌈닭
혼자서 시어머니를 도와 제사준비를 하느라 손에 물이 마를날이 없더라.
참,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은 들었냐고?
이웃분들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고래가 춤출일은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