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754' 그야말로 수작이다. 한국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표현할수 밖에 없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읽었기에 내가 받은 감동도 더했으리라... 빼어날 수(秀), 수작이란
말이 전혀 과장되지 않다.
서명균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작품이 처녀작이다. 그런데
작가의 이력이 이채롭다. 영화 제작자의 길로 뛰어 들었다가 시도한 작품마다 흥행에 참패
하고, 7년을 보냈던 영화계에서 물러나왔다. 그러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작품을 소설로 펴낸 것이 '홀로 754'다. 물론 이 소설에도 약점은 있다. 칭찬에 앞서 아쉬운 점을
먼저 지적해보자면, 처녀작이다 보니 짜임새가 그리 탄탄하진 못하다. 이 말인즉슨... 매우
훌륭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긴박감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소설의 전개과정에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슬슬 달궈가다가, 정작 중요한
절정의 순간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싱겁게 넘어가는 이런점은 살짝 아쉽다. 마치 상은 잘 차려
놨는데, 상위의 음식은 아주 먹음직스럽게 보였는데 정작 메인요리가 맛이 부족하단 느낌.
이렇게 얘기하면 아주 큰 흠처럼 들리겠지만, 결과적으로 평하자면 앞선 총평에서 언급한대로
지금껏 읽어왔던 한국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짜릿한 쾌감이 있는 수작이라고 평할수 있다.
어떤 점 때문에 그렇게 평하는지 풀어보자.
일단 스케일이다. 흔히 보아왔던 남녀간의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애증의 감정을 토대로 하지
않았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말미에 미처 본국으로 약탈하지 못하고 필리핀 남부 무인도에
숨겨뒀던 황금 300톤을 찾기위한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사설 기관들의 정보전쟁과 전투씬들이
한국, 일본, 북한, 예멘, 필리핀, 싱가폴, 홍콩, 태국등 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펼쳐진다. 물론
소설이기에 가능한 공간적 스케일이다. 글로 쓰는데 무슨 제약이 있으랴~ 그럼에도 이제껏 그
어떤 한국소설들도 이처럼 드넓은 공간적 스케일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없었다.
두번째로 깜짝 놀랄만큼 해박한 지식과 자료조사에 반해 버렸다. 위에 언급한 아시아 각 나라들의
역사, 문화, 종교에 대한 지식들이 좌르륵 글속에 소개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필요이상으로
작가가 강조하는 경향도 보이는데, 이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마치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있는
기분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때문에 간혹 여성독자들의 경우 어렵다거나, 지루하다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몰랐던 각 나라들의 역사, 문화를 새롭게 알게된 계기가 되어 무척
좋았다. 항일투쟁부터 6.25전쟁을 거친후 북한지역의 권력투쟁, 그리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친 권력세습 과정과 북한군부의 움직임들이 마치 사실처럼 느껴지게 그려지고, 같은 세월
남한정부내의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으로 이어지는 정보팀의 서술 또한 놀랍도록
사실감이 있다. 아프리카의 해적, 알카에다, 필리핀의 정세, 미국 CIA, 일본의 궁내부...
아니 이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위해 도대체 얼마나 자료조사를 하고, 공부를 했단 말인가!
세번째로 실존 인물들, 우리가 잘 아는 역사적인 인물, 혹은 미국, 일본, 한국의 정치인들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되면서 작품에 등장한다는 점이 사실성을 배가시키고, 친숙하게 만든다. 거기다
은근히 현 한국사회와 MB정부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녹아 들어있다.
네번째, 필리핀에 널리 퍼져있는 패망 일본이 황금을 숨겨놓은 보물섬 이야기, 야마시타 골드를
다룬 작품이라 실현 가능한 소재라는 점에 점수를 주고싶다. 일본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았다며
졸부들을 사기치는 사기사건이 과거에도 빈번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게 전혀 엉뚱한게 아닌게 실제로 그 와중에 금괴가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졸부들이 숱한 사기사건에 얽메이면서도 끊임없이 발굴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300톤에 달하는 황금, 한화로 약 17조원어치의 금괴를 차지하기 위한 3국의 보이지 않는 실권자
들의 전쟁, 최후의 승자는 누가될 것인가. 답은 뻔하다. 그리고 결말 역시 그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해피엔딩이라도 극적인 반전을 둔다거나 하는 장치를 통해 쉽게 예측할수 없게 만들었
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작품이 처녀작임을 감안한다면 다음 작품, 또
그 다음작품, 새로운 작품이 나올때마다 조금씩 부족한 부분이 보완되서 아주 대단한 작가로 발전해
나갈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이 가을에 재밌는 소설을 찾는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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