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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떨어지는 단풍이 아쉬워 강천사를 찾다

그동안 잊고 있었다. 강천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산이었는지. 결혼하고, 애가 생기고나자
산행, 등산 이런건 남의 나라 얘기였다. 그러다가 옳커니! 이웃 블로거님의 강천산 포스트를
보고 왜 강천산을 갈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무릎을 쳤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일컬어지는 절경을 지닌, 전북 고창에 선운사라는 절이 있다. 강천사는
전북 순창에 있는 강천산에 자리한 사찰로 선운사의 말사다. 그러기에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고, 다른 유명 사찰들 처럼 높은산에 자리하고 있어 찾는 이들의 발길을 어렵게 만들지도
않는다. 주차장에서 평지로 30분정도? 게다가 길은 유모차를 끌고 갈수 있을정도로 평탄하다.
그러기에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도 큰 힘 들이지않고 강천사까지는 갈수 있다. 강천사의
매력은 이처럼 쉽게 갈수있으면서도 길 양 옆으로 펼쳐진 계곡과 암벽이 그림같은 풍경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2011년 가을, 어느새 많이 져버린 단풍을 아쉬워하며 가을의 끝자락에
강천사로 향했다.
나이 40에 늘그막이 결혼하는 친구를 둔 덕에 오랫만에 친한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즉석에서
다음날 강천사행을 결정한 것이다.




한물 간 단풍일지언정 그래도 주말이라고 차가 많이 막혔다. 일요일이었는데 그야말로 엄청난
인파가 강천산을 찾았다. 근데 특이하게도 단체 관광객의 대부분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분들이었다는거~ 전북 순창까지 꽤 먼 거리였을텐데 단체 관광을 오신 분들이 많았다.
가장 먼저 도착한 우리 가족이 친구네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중에 한 컷 찍었다. 가을이라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참 좋았다.

친구네를 만나 산행겸 산책을 시작해서 강천사로 향했다. 다른 블로그에서 보듯 화려하고, 예쁜
단풍은 만날수가 없었지만, 단풍 외에도 볼거리가 참 많은 곳이다. 절에 거의 도착할 무렵 왼편
계곡에서 돌탑의 장관을 만날수 있었다.





계곡가에 온통 아기자기한 돌탑들이 펼쳐져 있다.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을 담았을 수도 있고,
또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과 장난으로 쌓아 올라간 탑도 있을거다. 또 짖궂은 아이들이 일부러
무너뜨리고 지나간 자리에 또 뒷사람이 정성스레 쌓아올린 것도 있을것이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수 있나. 쌈닭도 열심히 탑을 쌓고 왔다. 속으로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길을걷다 조금 숨이 차다~ 싶으면 강천사에 도착한다. 듣던대로 참 초라하다. 그런데 큰 길가에
자리한 덕에 여간해선 찾아보기 힘든 자판기도 절 앞에 설치돼 있다. 자판기 커피도 마실수 있는
것이다~ ^^ 아이들이 보채거나 이정도로 충분하다 싶으면 절 앞에 놓인 벤치에서 돌탑을 구경하며
쉬었다 내려갈수도 있고,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올라가고 싶으면 구름다리까지 가면 된다.
험한 산에는 쉽게 찾아볼수 있는 등산의 묘미, 구름다리. 이쪽 전라권에서는 월출산의 구름다리가
유명하고, 이곳 강천산의 구름다리도 못지않게 알려져 있다. 다들 진도 나가는걸 포기하고 쉬고
있기로 했을때 나와 아이들만 기세등등하게 구름다리로 향했다.

계단이 많아 아이들이 칭얼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왠걸? 내가 헥헥대며 난간을 부여잡고
쉬고있을때, 졸망졸망한 세 아이들은 뛰듯이 계단을 올라가 먼저 구름다리에 도착해 버렸다.
일곱살, 여섯살, 네살 꼬맹이들~




악~ 소리가 절로 난다. 다들 옆에 있는 다리 난간을 꼭 쥐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데
구름다리가 꽤 길다. 150여 미터정도? 다리 가운데쯤 가면 출렁 출렁 흔들려서 스릴 넘친 기분을
맛볼수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혹은 엄살 심한 여성분들이 질러대는 비명을 들으며 다리를
건너는 맛이 최고다. 등산객이 꽤 많아 좁은 다리를 교차하며 스릴있게 다리를 건넜는데 등골이
오싹한 문구가 건너편 다리 입구에 붙어있다.

정원 40명. 정원을 초과해서 건너지 마시오.


뭐 대충, 이런 문구.
근데 왜 오싹하냐고? 방금 건너온 길에 어림잡아 백명도 넘는 사람들이 오고,가고 교차해서 다리를
건너왔던 것이다. 어쩐지 다리가 삐걱거리며 신음소리를 내는것도 같았다. 아까 그 출렁거리며
흔들리던 것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

 




둘째딸 꿀꿀이가 다리를 건너다말고 서서 아래를 쳐다보고 있는데 내가 다 아찔하다. 안무섭냐고
물었더니 안무섭단다... 하긴 그나이에 뭐가 무서울까~ ㅡㅡ;




걱정했던 꿀꿀이가 신나게 뛰어 노는걸로도 참 잘왔다~ 싶다. 하지마라고 그렇게 말려도 꼭
하고 가겠다고 우겨서 쟁취한 '애기업고 산행하기'. 제 한몸 건사하기 힘들텐데 치로 아기를
포대기로 업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다. 결국에는 치로 업은 꿀꿀이를 아빠소가 또 업어야 했었지만~

산행은 싫어하지만 가을의 향취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에게 강천사를 추천한다.
예전에는 없던 인공폭포를 만들어 놔서 제법 그럴싸한 경관도 연출해놨다. 어딜가나 살림꾼인
아빠소는 순창군에서 조사하는 설문에 응해서 '순창 고추장'도 받아왔다~  ^^;
친구들과는 조만간 다시한번 가족끼리 휴양림이나 캠핑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피곤하지만 즐거운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