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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미치다

준플레이오프 관전평, 조범현 감독 여전히 아쉽다~

한동안 야구 관련 글을 안썼다. 그랬기에 모처럼 야구이야기를 하면
"어? 아빠소님, 야구 좋아하세요?" 이런 말을 듣기도 한다. ^^ 사실 난 야구광이다.
응원하는 팀은 기아 타이거즈. 광주에서 야구 명문이라는 광주일고를 졸업했기에
학창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기아에 동문 선후배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모른다 ㅡㅡ;;)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때도 블로그 주제가 야구이야기였고, 실젤 한동안 매일 야구관전평을
올리기도 했었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 야구에 거의 미쳐서 살아가던 내가
야구를 끊게(!) 된 이유가 바로 조범현 기아 감독 때문이다.



                                               (사진출처 데일리안 10월 9일자)


작년 대책없는 경기운영으로 7연패를 당할때까지는 꾹꾹 참고 경기를 지켜봤는데, 8연패
당하는 순간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경기를 보는 눈도 좁고, 유망주 육성도 못하고, 펴는
작전마다 간파당하고, 투수들은 혹사시키고, 뭐 하나 잘하는게 하나도 없는 조범현 감독.
사실 2009년도 우승을 했지만, 나는 우승당시에도 조범현 감독을 비난했었으니..
너무 사족이 길었다. 올 준플레이오프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기아와 SK가 맞붙은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은 기아가 5 : 1 로 승리했고, 2차전은 SK가
3 : 2로 승리해 두 팀이 1승 1패를 기록하게 됐다. 사실 두 팀 모두 베스트 전력이 아닌
상태에서 힘겨운 승부를 겨루고 있다. 얼핏보면 기아는 선발투수에서 강점을, SK는 중간계투
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타격은 두팀 모두 부진하다는게 정설이다. 그런데 기아가 강점
이라는 선발투수진은 전반기때 얘기고, 한몫 단단히 해내던 로페즈와 트레비스가 후반기
들어 부진에 빠져있고, 작년까지 잘해주던 양현종이 올해 나락으로 떨어진 탓에 믿을수
있는 선발진은 윤석민과 서재응 뿐인 기아다. 따라서 SK에 비해 선발진이 우세라고 할수
없는 상황. 전력적으로는 SK에 뒤지지만 김성근 감독 경질이후 SK가 예전의 SK가 아니란
점에서 약간의 희망을 갖고 있다.


                                        (사진출처 한겨례 10월 9일자)


1차전 승리는 순전 윤석민의 역투와 꼭 필요할때 터뜨린 차일목의 만루홈런 덕분이다.
중심타선을 이룬 이범호, 나지완, 김상현에 최희섭까지 성적은 17타수 3안타 0.176을
기록하며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다행히 윤석민이 호투하며 SK의 득점기회를 원천 차단
하는 바람에 승리할수 있었지만 기아의 작전에도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1회초 무사1루 상황에서 2번타자 김선빈이 보내기 번트 실패로 1루주자 이용규가 2루에서
아웃됐다. 뒤이어 이범호가 2루타를 터뜨려 이 작전 실패는 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데
3회초 또다시 차일목의 안타로 무사 1루가 된 상황에서 후속타자 박기남이 희생번트를
실패하며 선행주자가 2루에서 아웃을 당했다. 두 차례 무사 1루 기회가 번트 작전 실패로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문제가 여기에 있다. 원래 번트작전의 성공률은 그리 높지않다.
더군다나 상대가 번트작전을 간파하고 대비할 경우 그 성공률은 더욱 낮아진다. 기아에서
상대가 번트수비로 나와도 안정적으로 성공시킬수 있는 선수는 이종범이나 이현곤 정도
뿐이다. 바로 이 장면에서 SK의 이만수 감독은 기아가 100% 보내기번트를 할것이라고 보고
극단적인 전진수비를 펼쳤고, 두차례 번트를 모두 투수가 잡아 2루에서 아웃시킬수 있었다.
상대가 극단적인 전진수비를 한다면 끝까지 성공확률 낮은 번트를 고집하지 말고, 히트앤드런
같은 강공작전으로 바꾼다던지, 스퀴즈처럼 주자가 먼저 달리고 타자는 번트를 대는
런앤번트를 편다던지, 그것도 아니면 수비에 혼란을 주기위해 공 하나하나마다 강공과 번트를
바꿔가며 작전을 건다던지 했어야 함에도 우직하고 정직하게 번트모션 취하고 번트대다가
실패했다. 야구에서, 특히 투수전에서 1사 1루와 1사 2루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임은
말할 것도 없겠다. 이 두 차례 기회중 한번만이라도 성공했다면 그 경기는 쉽게 끌고 갈수
있는 경기였다.

다음은 일요일 벌어진 2차전. 로페즈와 송은범이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고, 기아의 김상현과
김선빈이 멋진 호수비를 수차례 보였고, SK는 몇차례 득점기회를 아쉽게 날렸는데 최정의
부진과 기아의 호수비가 돋보였다. 중간계투에 강점이 있는 SK는 예상했던대로 선발 송은범을
6회까지만 던지게 하고 이후 박희수 2이닝, 정대현 1이닝, 정우람이 2이닝을 책임졌다.




기아는 로페즈가 최소한 7회까지는 막아줘야 했지만 7회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맞고 곧바로
양현종을 교체됐고, 이후 7회에만 로페즈, 양현종, 손영민, 한기주 네 투수를 투입해 불을
껐다. 마침내 연장 11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SK 이호준이 끝내기 안타를 쳐 SK가 승리했는데
여기서도 벤치의 실수가 원인이 됐다. 한기주가 7회 2사후에 등판해서 11회에도 등판한 점은
일단은 볼의 구위가 좋았으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을때 그때
투수를 교체했어야 맞다. 백번 양보한다해도 후속타자인 정근우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가 됐을때는 무조건 교체했어야 했다. 투구수도 60여개를 넘어섰을뿐 아니라 티비 중계를
보고있는 내가 보기에도 볼의 구위가 떨어지고, 제구가 되지않는게 눈에 보이는데 왜 한기주를
바꾸지 않고 고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후 투아웃을 잡고 박정권을 고의사구로 내보내
2사 만루가 됐을때 마지막으로 한번 더 투수교체 타이밍이 왔지만, 역시 조범현 감독은 교체
생각이 없는듯 했다. 불펜에서는 좌완 심동섭과 우완 김진우가 몸을 풀고 있었고, 특히 김진우는
강력한 직구와 낙차 큰 커브를 가지고 있어 포스트시즌때 마무리로 쓸 요량으로 엔트리에 포함
시킨 선수 아닌가. 2사 만루에 이호준을 맞아 한기주는 연속 세개를 볼로 던졌고, 볼에 힘도
떨어진데다 제구까지 자신감을 상실해 스트라익을 던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네번째
던진 볼도 엄밀히 보자면 볼이었다. 다행히 주심이 인정상 스트라익 선언을 해줘서 원쓰리.
다섯번째 볼은 이호준이 기다려서 그렇지 한가운데 들어가는 평범한 직구. 이호준이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략했다면 홈런이 될수도 있는 위험한 볼이었다. 그렇게 투쓰리. 마지막
공은 코너웍이 필요없이 무조건 한가운데만 보고 던질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가볍게 맞춘
볼이 안타가 되면서 경기는 그렇게 끝이났다. 왜 투수를 교체하지 않은 것일까? 김진우나
심동섭보다 한기주가 더 믿음직해서? 티비중계로 보는 내 눈에도 제구가 안되고, 볼이 구위가
떨어진게 눈에 보이는데 현장에서 지켜보는 감독, 코치들 눈에는 그게 안보인단 말인가?




경기가 끝나고 인터넷 기사를 훑어보니 마해영 해설위원의 경기평도 한기주가 너무 오래
던진것이 패인이었다고 짤막하게 코멘트 했더라. 오늘 한기주는 호투했다. 부상과 수술등으로
오랜 시간 재활하다가 오랫만에 큰 무대에 등판해서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것만도 대단하다.
한기주는 기아팬들의 연호를 받아 마땅한데 무능한 감독때문에 오히려 역적이 되서 한기주
때문에 졌다는 말이 들릴지도 모르겠다. 젊은 투수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위축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니. 뻔히 상대눈에 보이는 단순한 작전, 게임의 흐름을 읽을줄 모르는
답답한 판단력, 한번 믿는 선수를 너무 과신하고 혹사시키는 습성, 오늘 경기뿐만이 아니라
그가 감독으로 있는한 기아의 팀컬러로 굳어질까 무섭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준플레이오프
에서 기아가 떨어져 아질 1년남은 조범현 감독이 구단에서 경질되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기아가 살 길이다. 조범현 감독은 2군감독으로 보직변경하던지, 아니면 1군에서 배터리코치
역할까지가 능력에 맞는 일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