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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오랫만에 만나는 야구소설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항상 책과,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가 되는 우리나라의
전설과 같은 두 팀이 어딘지 알것이다. 화려한 스타들을 보유하고 80년대를 호령했으면서도
정작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삼성 라이온즈? 아니면 우승을 밥먹듯 해대며 절대강자로
군림해 온 해태 타이거즈? 아니다. 바로 휴머니즘과 감동과 눈물을 선사하는 진짜 야구팀,
바로 충주 성심학교 야구팀과 서울대학교 야구팀이 그들이다.





얼마전 영화로도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는 말못하는 장애인들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야구팀을 모델로 해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티비에서도 종종 소개된
바 있는 충주성심학교 야구팀. 이들은 정상인들도 하기 힘든 야구를 통해 꿈을 키우며,
우리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해왔다. 이와 함께
이기는 것이 불가능할것 처럼 보이는 또 하나의 야구팀이 바로 서울대학교 야구팀이다.
마치 대학시절의 추억을 위해 동아리 활동을 하듯, 머리좋은 수재들이 모여 취미로 하는
야구가 아니라 1승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훈련하고, 또 훈련하며 독기를 키우는 곳.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은 이러한 서울대 야구팀을 소재로 주인공 나의 방황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아실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야구소설이다.

야구팬들에게는 단순히 야구소설이라는 면 이외에도 추억의 프로야구 역사가 소개돼있고,
또 주옥같은 명사들의 명언들이 소개되어 있어 그 글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야구팬이라면 필히 외워둬야 할 것이다.

"내게 야구를 가르쳐 주면 나는 당신에게 상대성이론을 가르쳐 주겠소. 아니, 우리
그러지 맙시다. 당신이 상대성이론을 배우는 것이 내가 야구를 깨우치는 것보다 빠를테니."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 건에 찍히지 않는다"
- 톰 글래빈

"승리하면 조금 배울수 있지만,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수 있다"
- 크리스티 매튜슨

"1년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 토미 라소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의 유일한 스포츠는 야구다"
- 베이브 루스

"나는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던진다"
- 박철순

"만약 유니폼이 더럽혀지지 않았다면, 나는 그 게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 리키 핸더슨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 요기 베라


 






이재익만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목차 구성이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전작이었던
'압구정 소년들'에서도 목차를 음악시디에 비유해 track 1~12까지 노래 제목으로 배치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1회초부터 9회말, 연장전까지가 목차다.
1인칭 화법을 통해 '나'가 이야기를 풀어간다. 보통 나는 항상 주인공일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처음부터 소설이 거의 끝나갈때까지
내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내 이야기 인것 같지만, 마지막까지 읽다보면 내가 아닌
주인공은 따로 있음을 알게된다. 순식간에 내가 이야기 속에서 밀려나 버리는 것이다.

이야기의 첫 시작부터 범상치가 않았다.
 

"이혼하는 날 아침에도 나는 규칙적인 인간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7시 정가에서
오차 10분을 벗어나지 않는 시각에 눈을 떴다. 알람시계도 없이."


꼭 내 이야기 같다. 내가 이렇다. 알람도 없이 항상 규칙적인 시간, 7시에 눈을 뜬다.
소설속에 나오는 서울대 야구부원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땀을 흘리고 그라운드를 뒹굴
었을까? 정녕 1승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선봉에 서 열정을 불태우던
감독은 서울대생들로 이루어진 야구팀이 정말 야구밖에 모르는 쟁쟁한 명문팀들을 만나
승리할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야구팀을 지도하고 이끌었을까? 중반부에 이만득 감독의 고백이
감동적이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니들을 가르쳤는지 아나?
니들은 별로 져본 적 없이 살아왔다. 머리가 좋아서, 노력을 많이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서울대학교 학생이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다들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잘 살거다. 야구를 계속하지만 않는다면."

"니들은 서울대학생이다. 싫든 좋든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다. 니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될거다. 그런 니들에게 제일 필요한건 바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다. 니들보다 덜 똑똑하고 덜 가진 사람에 대한 이해와 여유.
머리로만 알면 안되고 가슴속에 그 마음을 품어야 하는기다. 니들은 정말 죽도록
이기고 싶었겠지만 나는 반대였다. 나는 니들에게 지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살다보면 질 수도 있다는걸 알려주고 싶었다. 패배하는 게 어떤건지 가르쳐주고
싶었다"



어떤가? 정말 멋지지 않나?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작가 이재익은 SBS라디오 '두시 탈출 컬투쇼' 담당 피디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처음 그의
소설을 접했던건 단편집 '카시오페아 공주'때였다. 그땐 단순히 라디오 피디의 외도쯤으로
여겼었고, 취미활동 쯤으로만 생각했었다. 마음 한 편으론 피디가 재능은 있겠지만 글을쓰면
얼마나 쓰겠어~ 했던 마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었던건 독특한 표지디자인에
호기심이 일었고, 평소 재밌게 듣던 컬투쇼의 재미를 생각하면 그가 쓴 소설도 재미있을거란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그게 아니다. 기성 작가 뺨때리는 소설이 아닌가!
그제서야 그가 방송국에서 일하기전 1997년 월간 <문학사상> 소설 부문으로 먼저 등단했던
소설 작가임을 알게됐다. 이어서 출간한 '압구정 소년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지난번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압구정 소년들', '카시오페아 공주' 리뷰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내 생각에 이재익 작가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말은 바로 대중들이 바라는 재미를 잘 알고
소설속에 보여주는 작가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마 평단의 비평가들에게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것 같은 소설가다.


쉽고 재밌는 소설을 찿는 분이 있다면 단연 이재익의 소설을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가에게 묻고싶다.
"이렇게 끝내면 어떡합니까. 이슬이랑은 어떻게 되는거고, 또 내 아내와는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셔야 하는거 아닙니까?"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국내도서>소설
저자 : 이재익
출판 : 황소북스 201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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