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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빛이 가는길' 장르의 조합, 퓨전소설





생소한 소설을 만났다. 작가도, 장르도, 출판사도, 심지어 책 표지 디자인 까지도 모조리 생소하다.

조명미디어에서 출간된 ’빛이 가는 길’. 작가는 조 이. 

요즘 책들은 인쇄기술이 발달해서인지 형형색색, 화려하다 못해 3D 입체영화를 보는듯 시선을

잡아끄는 추세인데 이 책은 담담하고 수수하다. 파란색 바탕에 눈덮힌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는

빛의 형상만 표현해주고 있는데 얼핏 보면 복고풍으로 80년대 디자인을 흉내낸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 정도다. 한마디로 수수하다. 그런 부수적인 면에서 본다면 표지 디자인에서부터 다소

다른 책들과의 경쟁에서 손해보는 느낌이다. 내용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얘기겠지~

리뷰를 작성하기 전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고자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을수 없었다.

내가 알아낸 유일한 정보는 책 앞머리에 남겨진 작가 소개 뿐이었다. 조 이,  글밭문학동인회에서 활동,

시집 <보름밤> 간행. 보통 사진과 함께 잡다한 이력까지 한자라도 더 소개하고자 노력하는 법인데 이분은

완전 신비주의 전략을 취하고 계신건가, 아니면 액면 그대로 특별히 내세울만한 이력이 없으신건가. 







책 소개에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공포와 로맨스, 판타지와 SF, 추리 등 장르소설의 요소를 버무려 빚어낸 재미와
감동. 전편에 흐르는 휴머니즘
.
 
   








이 문구속에 이 책의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처음 SF쪽으로 시작된 소설은 공포와

로맨스, 환타지를 모두 거쳐 휴머니즘으로 끝이난다. 조금 작가가 욕심을 부린 냄새가 나기도 하고, 다소

산만하기도 하다. 그런면에서 집중이 잘 안된다고나 할까? 하지만 매 장면에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나

글쓰기의 열정이 느껴진다. 이 한 권의 소설을 펴내기 위해 얼마나 오랜기간동안 사전조사를 하고, 관련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고, 고민했을까...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듯 하다. 심혈을 기울여 이 책을 냈지만

작가나, 독자나 처음 접하는 생소한 이런 구성에 다소 혼란이 느껴지는건 피할수 없겠다. 그리고 또 하나,

나만이 느끼는건지도 모르겠지만 군데군데에서 표현되는 어투를 볼때 작가가 나이 지긋한 연세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흔히 요즘 젊은사람들이 쓰는 어투가 아니다.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이런거 아닐까? "사람이 제 아무리 난다 긴다 까불어도 절대자가 정해놓은

범위안에서 놀아야 한다. 마냥 천방지축 까불다가는 큰일난다~" 결말부위에서 약간 종교적인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고, 날로 발달해가는 과학문명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있다.  책 내용을 먼저 읽고,

나중에 작가의 말을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처럼 처음부터 작가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욕심을 낸게 맞다. 거기다 굉장한 자부심마저 갖고있었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여러가지 콤플렉스를 후련하게 풀어버리기를 바라고 있다. 공부하는데 지친 학생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학력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 학벌등에 차별을 받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남녀노소 모두가

이 책을 읽고 콤플렉스를 털어버리고 마음의 치료를 받았으면...한다고 했다.



처음이라 비록 혼란스럽긴 했지만 나름 틀림없이 재미도 있는 소설이다. 다만 작가가 더 왕성하게 활동해서

갖고있는 재능을 여러 작품에 쏟아주었으면 한다. 다음번엔 조금만 욕심을 줄이고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보는건 어떨까 싶다. 성장소설도 좋고, SF도 좋다. 장편을 고집하지 말고 단편소설을 묶어 책으로

펴내는것도 좋아보인다. 앞으로 여러 작품에서 조 이 라는 이름을 볼수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빛이 가는 길
국내도서>소설
저자 : 조이
출판 : 조명미디어 201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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