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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일곱명의 여류작가 단편소설집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일곱명의 신예 여성작가들의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장은진, 김숨, 김미월, 윤이형, 김이설, 황정은, 한유주. 이들의 프로필을 보고있자니
한유주를 제외하곤 모두 70년대생들이다. 30대.. 이제 한창 문학속에서 만개할 시기 아닐까?
너무 어려 세상을 모르지도 않고, 너무 나이들어 나태해지지 않을 나이. 한유주도 82년생이니
올해 나이 서른이다. 30대 여성 일곱명이 모여 테마 단편소설집을 냈는데 이걸 가만히 보고있자니
옛날 과거시험이 떠오른다. 널직한 마당에 모여앉아 긴장하고 있다가 시험관이 시제를 펼치면
다들 머리를 지필묵에 박고 시제에 맞춰 글을 쓴다. 누가 장원이 되고, 누가 낙방할 것인가.
 
 
 
 

왠지 같은 소설가라도 젊은 여성 소설가가 쓰는 소설은 당돌할것 같고, 발칙할것 같다.
더군다나 혼자 쓰는 소설이 아니라 일곱명이 모였으니 영화로 치자면 '처녀들의 저녁식사'
필이 날것 같다. 오늘의 시제는 '비' 였다. 비를 주제로 각기 어떤 개성있는 작품들이 나왔을까
기대하며 작품들을 읽었다. 비 하면 떠오르는 느낌은? 단어는?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비에서 희망, 즐거움, 기쁨, 환희, 행복이란 단어보다 슬픔, 절망, 눈물, 상처, 죽음을
떠올린다. 굳이 그래야 하는법도 없는데 백이면 아흔아홉은 그렇다. 왜 그럴까?
이 단편집에서의 작품들도 그렇다. 우울하다. 그나마 장은진의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신은
고양이'는 시종일관 우울한 주인공과 아픈 상처와 이름모를 이웃의 자살시도등을 소재로 삼다가
마지막에 희망의 반전을 띄어놨다. 다만 너무 식상한 제목 작명과 시크한 서술이 흡인력이
떨어지는게 옥의 티다.
 
김미월의 '여름 팬터마임'에서는 인용한 시가 인상깊었다. 소설속 주인공 진이 고3때 백일장에
출품했다 장원으로 당선되어 주최한 대학의 문학관련 학과에 특기생으로 진학할수 있는
기회를 잡는데, 그때 출품했던 시가 사실은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세계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작품이었다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정작 그 시를 외워 자작시라고 발표했건만
심사위원 누구도 이를 알지못하고 감탄하며 장원까지 선정된 그 시를 살짝 들여다보자.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이야

 그렇게 얼굴없이 있는 나를

 건드리더군.

  ......

 
  
 

김이설의 '키즈스타플레이타운' 은 가장 충격적인 소재로 글을 썼다.
가정폭력, 소아성애, 친아버지가 딸을 성폭행, 살인, 사랑없는 결혼, 훔쳐보기.. 거기다 노골적인
성적 단어까지 사용하며 긴장감을 높여갔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자연스런 결말을 맺지
못하고 용두사미 식으로 끝을 내고있어 아쉬움을 준다. 가장 악당으로 나오는 남편을 어떻게
단죄하고 주인공 아내가 지옥속에서 빠져나올 건지 기대했으나 어이없게 태풍이 불어 깨진
유리창 파편에 맞아 남편이 죽는다는... 어찌보면 너무 아마츄어틱한 결말이다.
 
그러나 꼭 실망만 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이 책의 시도 자체가 신선하고 의욕이 있다.
게다가 여기 작품을 낸 여성작가들은 한국문학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되는 작가들이다보니
독자들의 비평과 본인의 깨달음이 밑거름되어 점차 좋아질거라 믿는다. 앞으로 10년후 여기
나온 일곱명의 이름을 자주 볼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장은진,김숨,김이설,한유주,황정은
출판 : 열림원 20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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