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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결혼 7년차 네번째 이사가기

3월 18일, 결혼 7년차만에 네번째 이사를 했다.
흔히 선생님이랄지, 직업군인이랄지 하는 직업들이 이사가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다니는 건설회사 역시 이사가 잦은 직업이다. 처음에 광주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목포로 갔다가, 다시 여수로, 여수에서 한번 더 이사했다가,
다시 이번엔 광주로 돌아온 셈이다. 결혼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도 있을뿐더러 이제 더이상 떠돌이 생활을 접고 광주에 안착했다는 의미도 있다.
여전히 근무지는 여수에 있는 섬이지만,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들
때문에라도 가족들은 정착을 하고 나만 돌아다니기로 한 것이다.

사실 요즘은 왠만하면 다 포장이사를 하기 때문에 이사한다고 해서 뼈빠지게 고생할 일은
없지만, 그리고 이젠 어느정도 이력이 날 법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사는 이사인지라
지난 금요일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 그야말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 날들을 보냈다.
가는곳마다 임대아파트를 전전하다가 이번엔 분양 받아놓은 내 집으로 들어가는 거라
이사가기전부터 왠만한 살림살이들은 전부 처분했는데 거실을 서재및 도서관으로 사용하려
소파는 진작에 처분했고, 안방에 침대도 없애 버린데다가, 혼자서 들지도 못하는 29인치
브라운관 티비도 두고 왔기에, 5톤차에 반밖에 차지 않는 살림을 가지고 이사를 했다.
아침일찍 이삿짐센터 차가 도착해서 대화를 나누는데 미리 견적받은 직원이 아니라서 그런지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나 보더라.
"침대는 일반침대 인가요, 돌침대 같은건가요?" 다분히 걱정어린 표정의 심각한 질문.
"우리 침대는 없는데요" 표정이 밝아진다.
"소파도 없고, 티비도 두고 갈거에요"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장님, 김치냉장고는 꽉 차있나요?"
"우리 김치냉장고 없어요"
이 대목에서 이분들 서로 하이파이브 하고 야단났다.  ㅡㅡ;  물어보니 돌침대 같은 가구가
가장 다루기 힘들고(깨지기라도 할라치면 변상액수가 크니..또 무겁긴 좀 무거운가),
김치냉장고도 상당히 신경쓰이는 짐이라고 한다.

정리하고 청소도 해주는 포장이사라도 일하시는 분들이 가고나자 본격적으로 아내와
나의 중노동이 시작됐다. 그냥 쑤셔박아놓은 살림들을 다시 다 빼내고 용도에 맞게,
종류에 맞게, 우리가 사용해온 방식대로 다시 정리하는데만도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다.
일단 그 많은 아이들 책이 문제였는데, 주말을 온통 책정리 하는데 다 보냈다.
아내와 나는 책정리 하고, 짐정리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데 그 와중에 딸아이들은
방금 정리해놓은 교구들과 장난감들을 벌써 바닥에 쫙~ 벌려놓고 놀고있고, 한쪽에선
꽃비가 낯선 환경에 적응이 안되는지 연신 짖고있고, 바닥은 또 왜그렇게 쿵쿵 울려대는지
첫날부터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자 그럼 살짝 새 집 맛배기만 보여드리고 짐 정리가
다 끝나는대로 소개하기로 한다.


거실이 너무 좁아 발코니 확장공사를 했다. 그런데 뜯기 전엔 몰랐는데 거실과 발코니가
연결된 벽이 옹벽(내력벽)이라 손을 댈수 없고, 결국 아래 사진처럼 양 옆에 날개모양으로
남고 말았다.




거실 뒷면, 전면 아트월까지 모두 책장으로 둘렀고, 그러다보니 티비를 둘 공간도 없어서 티비를
없애기로 했다. 저 정도면 책장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정리하다보니 부족한거다.. 결국 내
책들은 다시 어둠의 박스 속으로 들어가 안보이는 곳에 쌓아놓을수 밖에.. ㅠ.ㅠ
주말사이 작업으로 책은 어느정도 정리가 됐는데 내가 회사 사정상 일요일에 다시 섬으로 들어오면서
남아있는 모든 일들이 아내 어깨에 남게 되었다. 다음에 집에가면 또 집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