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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그리스전을 본후 짧은 단상

야구에는 미쳐있지만 축구는 오로지 국가대표 게임만 보는 야구쟁이인 내가 토요일 그리스전에

단체응원을 갔다. 월드컵 기간동안만큼은 나도 열렬한 붉은악마가 되는건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당연한 일이니까. 윗집, 아랫집 아파트 이웃끼리 단체관람을 하기로하고, 아내들끼리 시간약속을

잡았는데 세상에...저녁 8시반에 시작하는 경기를 보러 집에서 5시에 나가자는 것이다.

첫째는 좋은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사전행사나 축하공연등 재밌는걸 할거라는 기대

때문이란다. 아랫집은 피자에 맥주, 김밥을 준비하고 우리는 치킨에 과자, 음료수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래서 5시반에 단체응원장인 진남체육관에 도착했는데...

나, 죽는줄 알았다.

여수가 월드컵도 월드컵이지만 2012 여수엑스포 -700일이라고 같이 행사하는데 처음엔 전남도지사

인사말, 여수시장 인사말, 지역구 두명의 국회의원 인사말이 줄줄이 이어졌고, 도저히 참을수 없어

애들 데리고 밖에 나가 잔디밭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30분을 놀다가 들어갔는데 아직도 지루한 사전

행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 이걸보려고 축구 3시간전에 집에서 나왔단 말인가!

티비에선 경기전 몸푸는 태극전사들의 모습과 남아공 현지의 표정이 생생하게 중계되고 있는데

여수시의 공식 단체응원장인 진남체육관은 엑스포 홍보영상과 사회자의 엑스포 성공유치를 위한

결의 낭독만 이어진다.

겨우겨우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버티다 경기를 지켜보았다. 참 재밌게 잘하대...

내 비전문가라 뭐라고 경기리뷰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이말은 언급하고 싶다.

예전 80, 90년대 국가대표 축구경기의 게임을 보고있자면 참 많이 답답함을 느꼈었다. 단조로운

공격패턴. 개인기가 안되므로 항상 정신력과 체력으로 단점을 보완하고자 했고, 김주성, 변병주같은

빠른 미드필더들의 측면돌파에 이은 센터링. 최순호, 황선홍등 키크고 개인기 좋은 원톱의 헤딩슛.

그게 아니라면 문전까지 대쉬하지 않고 멀리서 기습적인 중거리슛. 그래서 득점 자체가 적었고

극적이었으나 너무도 답답했었다. 그런데 그리스전을 보고있자니 정말 많이 발전하고 성숙해

졌음을 느낄수 있었다.

일단 선수들 개개인이 유럽선수들과 맞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측면돌파와

중앙돌파가 자유자재로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물론 생각보다 그리스 선수들이 그리 잘해보이지

는 않았지만 그게 혹여 우리선수들이 너무 잘해 그렇게 보이는건 아닌가 싶을정도였다.

좀더 강팀을 만나면 어떻게될지 모르겠으나 2002년에 보여준 저력을 생각하면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축구강국이 된것같아 뿌듯하다.

앞으로 남은경기 최선을 다해 원정 16강 목표를 꼭 달성하길 바란다.(원정 첫 16강진출이란

목표를 방송에서 자주 말하던데 그게 웃기다. 우리에게 홈경기는 2002년 한번뿐이었는데 그거

빼면 전부 당연히 원정경기 아닌가 말이다)

코리아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