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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신부님이 들려주는 심리처방전, '벗어야 산다'


 



2010년, 작년 한 해 가장 인상깊었던 책으로 꼽을수 있는게 ’스님의 주례사’ 였다.

사람이 누구나 자기 상황에 맞는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어서 수많은 작품성 있는

문학작품들을 제치고 그 책의 구절들이 공감되고, 많이 자극이 됐던 탓이다.

그 이후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따금씩 골라서 읽은 책들이 우연찮게도 스님이나 신부님등

종교인들의 책이 손에 잡히게 됐다.

오늘 소개할 책도 천주교 가좌동 성당의 주임신부로 계시는 홍성남 신부님의 책 ’벗어야 산다’

잠깐 저자 소개부터 해보자.


서울에서 초,중,고, 대학 졸업과 군대까지 다녀온 후 다시 가톨릭 신학대학에 입학해 서른 세

살의 나이에 사제 서품을 받은 늦깎이 신부. 잠실, 명동, 마석, 학동, 상계동을 거쳐 지금은 

가좌동성당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계신다. 불혹에 접어들어 처음 상담을 접하고 ’자신’을 더

알고싶어 가톨릭 상담심리대학원 영성상담심리를 전공, 1급 심리상담가로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 평화방송에서 일년간 상담프로를 진행, 평화신문에는 일년 반동안 ’아 어쩌나’란 제목

으로 상담칼럼을 쓰고있으며 인터넷 카페 ’도반모임’을 만들어서 운영중이고, 공부하면서

갖게된 기쁨을 다른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소박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책자에서 소개하고 

있다.


’벗어야 산다’는 말 그대로 참고, 인내하고, 꾹꾹 누르면서 자기자신을 내몰지 말고 바로바로

표현하고, 그때그때 비워내면서 자기자신을 우선시하고, 사랑해야 결국 주위 모두가 평안해

진다는 신부님의 평소 신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살것을 충고한다.

천주교 신자들은 살면서 지은 죄를 고백성사를 통해 하느님께 고백하고, 뉘우치고, 용서를

받는다. 흔히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죄라서 그 죄를 고백하게 되는데 책속의 일화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한 할머니가 고백소에 찾아와서 며느리가 구박해서 많이 미운 마음이 생긴다며 죄를 고백했단다.

다른 신부님들 같았으면 ’며느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내가 잘못한 일이 없나 뉘우치고

미워도 사랑하도록 노력해라~’ 이런 말이 나올줄 알았는데 홍성남 신부는 그 며느리 참 얄밉다.

미운짓 하는데 어찌 이뻐할수 있겠는가. 그냥 미워하라고 했다고 한다.

자칫 신앙인으로서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긴 한데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현실적이고, 사실적이지

않는가?  종교인들이 모두 성인군자도 아니고 비종교인과 다를바도 없을텐데, 모든 이들이

나한테 잘하면 좋고, 못하면 미운건 당연한 이치인데 굳이 종교인이라고 해서 마음에도 없이

용서한다느니, 원수도 사랑한다느니 하는건 가식이란거다. 되지도 않을 조언과 요구를 하면서

신자들이 자신의 죄를 자책하느니 차라리 미운사람 미워하고, 대신 자기자신을 더 사랑하라는

충고다. 


책 곳곳에서 이런 ’이기적인 삶(?)’을 권하고 있는데 예를들어 <화, 아직도 참고 사세요?>라는

챕터에서는 화가 나면 참지말고 화를 내라고 하고있고, <남 일에 힘빼지 말고 내 삶에 힘쓰세요>

에서는 말 그대로 다른사람 하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내일이나 잘하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참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충고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다~ 깊은 뜻이 들어

있으니 내공이 깊고, 도력이 깊어 좀처럼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인간인 이상 

화날 일이 있는데 굳이 그걸 참고, 버티고, 속으로 삭이고 사느라 항상 얼굴은 우울하고, 인상

쓰며 화난 표정으로 사느니 그때그때 화를 표현하고 나쁜 마음을 비워버리는것이 밝고, 긍정적

으로 살수있는 비결이란 거다.<사람 잡는 착한사람 콤플렉스>에서 이같은 설명을 잘 해주고 

있다.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은 심리적으로 공허한 삶을 살수 있습니다.

자기 본성의 상당 부분을, 남들이 자신한테 기대하는 역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억압
함으로서 
인격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렇게 생긴 공백을 연기로 메우면서 
허구의 
가공된 인생을 
살아가기 쉽습니다. 이렇게 되면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기대와 도덕적 
명령을 수행하는 곡두각시로 전락하게 됩니다.
또 기쁨은 없이 
불만과 짜증속에서 살기 십상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거는 기대감이 너무 크면 아이들을 죽일수도 있다는 충고도 가슴에 와 닿는다.

말로는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엄마 잘되라고 이러니?" "나는 너만 믿고 산다", "네가 우리 

집안의 기둥이다" 이런말들이 아이들에게 중압감을 가져오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때

자책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주눅들게 한다는 점, 이세상 모든 부모들이 꼭 깨달아야 

할것이다.


이 책 ’벗어야 산다’는 크게 

1부 나 벗기 (사람잡는 착하니즘)

2부 가족 벗기 (가족은 외계인)

3부 관계 벗기 (사람이 남는 장사)

4부 마음 벗기 (마음 쉬는곳 만들기)

에필로그 ’다 벗으니 편하시죠’ 로 구성되어 있다. 이쯤되니 왜 이 책의 제목이 ’벗어야 산다’

인지 감이 잡히리라...


앞서 언급한 ’스님의 주례사’와 비슷한 면도 있고, 또 전혀다른 시각도 있다. 이같은 수도자들의

충고나 조언은 얼핏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라고 치부할 수 있으나 이처럼 유명한 분들의

말씀은 이상적인 말이 아니라 당장 현실에서 적용될 실용적인 팁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고,

또 도움을 받는 것일게다. 인간관계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큰스님이나 신부님들의

조언에 도움을 받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