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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밝히다


중국이란 나라가 참 대단하다고 느낄때가 종종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쓰는 일상 생활용품들이
거의 모두가 중국산이라는걸 문득문득 깨달을때마다 그나라의 엄청나게 싼 노동력과 세계
소비재의 80% 이상을 생산해내는 능력이 경이로울 뿐이다.
질 낮은 저가 짝퉁 제품이라 흉보고 욕해도, 어찌되었건간에 중국산 생필품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종이컵, 나무젓가락, 신발, 옷, 소형가전, 시디, 종이, 농산물, 수산물 뭐 이루 헤아릴수 없는
제품들이 서민 가계생활에 가져온 공로만큼은 인정해야 할것이다. 물론 소위 '있는집' 사람들은
값싸고 질낮은 중국산을 쓸 이유가 없겠지만 서민들에게는 저렴한 중국산 제품들의 혜택을 많이
보고있는것 만은 틀림없다. 하기사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하나도 틀린게 없다는걸 증명하듯
그렇게 이용해오고 있는 수많은 제품들로 인해 환경호르몬이랄지, 중금속이랄지 이런 문제들이
끊이지 않지만...

어쨋든 시작부터 제목과 상관없이 중국산 제품들에 대해 주절거린 이유는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
때문이다. 나 어릴적만해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우리같은 서민들에게는 꿈도 꿀수없는 이벤트였다.
그저 서울시청앞 대형 트리를 티비에서 보는것만으로 대리만족하고 어쩌다 들른 백화점이나
상점들에서나 볼수 있는 소품이었지 지금처럼 집집마다 가정마다 하나씩 두고 징글벨~ 징글벨~
노래소리 흘러나오는 날이 올줄 어찌 알았을까~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는 가능하다. 바로 내가 살고있는 우리집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멋들어진 트리에 형형색색 금박지, 은박지를 두르고 실버벨이나 별무늬 소품들을 붙이고 깜빡 전구를
두른후에 불을 밝혔다. 이것도 재작년, 작년 쓰던것 창고에 고이 보관했다가 다시 꺼내여 조립한 것이다.
첨엔 꼬꼬와 꿀꿀이와 쌈닭이랑 함께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오밀조밀 예쁜 트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나만의 기대였을뿐 트리 부속물들을 꺼내놓자 마자 와~하고 달려들어선 나뭇가지들을
잡아뜯고, 종을 흔들며 돌아다니고, 솜들을 잘게 뜯어 온 거실을 난장판을 만들고, 금줄 은줄을 서로에게
칭칭감고 장난치는 덕에 "그만해!" "그건 이리 줘!" "시끄럽다. 좀 조용히!" "안되겠다 전부 아빠줘!"를
돌아가며 외치다 Give up !! 하고 말았다. 결국 처음의 기대와 다르게 애들은 일절 트리에 손도 대지
못하고 뚱한 표정으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있고(벌을 내리느라) 쌈닭 혼자서 이리저리 초스피드로
트리를 만들어 애들 손 안닿는 곳에 올려놓을수 밖에~

만들어 놓고나니 그럴싸~한 저 트리도 이만원이 안넘는다. 크리스마스 한 시즌 신나게 캐롤도 나오고
분위기를 띄울수 있는데 이만원 쯤이야~  그런데 우리 쌈닭, 아무리 싸다고서니 저 트리도 1회용으로
안다는게 문제다. 재작년에 산 저 트리를 작년에 다시 쓰려고하자 낡아서 볼품없다고 새로 사잔다.
얼마 안한다고...무슨 소리냐며 저걸 그냥 썼는데 올해 저 트리를 창고에서 다시 꺼내자 또 나를 꼬신다.
마트에서 만팔천원에 파는 트리가 그렇게 이쁘다며~ 못들은척 무시하고 꺼내서 다시 불을 밝혔다.
아무래도 저 트리..올해를 끝으로 보기 힘들어질것 같다. 쥐도새도 모르게 쌈닭에게 죽음을 당할듯.

바쁜 회사일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살아왔는데 저렇게 트리에 불을 밝히고 캐롤 멜로디가 나오는걸
듣고있으니 어느새 연말이 다가오는걸 실감한다. 올 크리스마스땐 산타 할아버지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하라고 일러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