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2012. 11. 30. 06:40

 이런건 컴박사들이나 하는건줄 알았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도 보고, 휴식도 취하고, 블로깅도 하고, 뉴스도 보는등 하루 왼종일 컴퓨터만 끼고 살아왔지만 정작 프로그램 깔고 지우는 소프트웨어쪽만 다뤄봤지 하드웨어를 손댈 생각은 못했었다. 간단한 고장이라도 "안되겠다 이거, 사람 불러야돼~" 하고 말았었지. 사실 학교 다닐때는 컴퓨터 잘 다루는 친구 녀석이, 직장 생활 하면서는 선후배, 동기들이 알아서 해결해 준 적이 많았기에 본체 뚜껑을 열어본 기억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2년밖에 안된 녀석이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이젠 도움을 줄 사람도 없다. 게다가 여긴 AS를 부를수도 없는 망망대해, 섬이다... ㅡㅡ;  할수없이 직접 컴퓨터 뚜껑을 따기로 했다.

 

증상은 이렇다. 잘 돌아가던 녀석이 갑자기 화면이 멈춰버리면서 마우스도, 키보드도 안먹는 거다. 마치 얼음 놀이하듯 화면이 굳어버린다. 재부팅도 안되니 그냥 하드파킹 할수밖에. 그리고 다시 켜도 또 일정시간 지나면 화면이 굳어버리는 현상이 계속해서 생겼다. 잘 모르긴 해도 그래도 컴퓨터와 함께 한 세월이 있는지라 어줍잖게 진단해보니 그래픽 문제다. 이럴땐 그래픽 카드를 교체하면 되는데 옥션에서 산 조립PC인지라 그래픽 카드가 없는 일체형 메인보드다. 그럼 이제 통째로 메인보드를 교체하는 수 밖에 없다. 컴퓨터가 원인불명의 말썽을 부릴때 초보자가 할수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은 본체를 열고 각종 케이블을 뽑았다 다시 꽂기, 메모리 빼서 지우개로 닦고 다시 꽂아넣기를 모두 해봤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기에 에이, 그냥 새로 하나 사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경매장, 지시장을 돌아다니며 손품을 팔아본 결과 게임도 안하고 인터넷만 하는 가정용 조립PC는 20만원까지 견적이 나왔다. 그런데 싼맛에 조립PC를 사서 쓰다보니 확실히 브랜드 PC보다 잔고장도 많고, 수명도 짧다는걸 느꼈다. 사무실에서 쓰는 회사 PC는 LG였는데 6년째 쓰고있음에도 별 문제 없이 잘 돌아가거든. 근데 개인 PC는 2년밖에 안됐는데 말썽인것이 이번에 새로 바꾼다해도 또 한 2년밖에는 못쓸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 결심했어! 이번 기회에 실패하면 버린다 생각하고 메인보드를 바꿔보자!

 

무슨 보드 하나 갈면서 이렇게 요란하냐고 물으시는분 계실게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메인보드를 고체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완전히 분해했다가 재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드디스크, ODD, 파워팬, CPU, 메모리 전부 뗏다가 바꿔 끼워야 하는데 과연 내가 할수 있을까? 다른건 몰라도 CPU 잘못 연결하면 타버린다던데... 이 복잡한 전선들을 어떻게 제자리에 끼워넣지? 아 몰라,몰라...

 

 

나를 시험에 들게 했던 메인보드다. 마더보드라고도 하는데 컴퓨터의 모든 부품이 장착되는 곳이다. 내 컴퓨터의 메인보드를 바꾸기 위해서는 일단 CPU 사양과 소켓 규격을 알아야 하고, 메모리(램)의 규격 역시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한다. 각 사양별로 호환되는 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메인보드 제조사는 많이 알려진 곳이 ASUS, ASROCK, 기가바이트 등이 있는데 이들 제품중 내 CPU와 램 규격과 호환되는 제품을 검색해서 주문한다. 내 CPU는 듀얼코어 E630, 인텔에서 만든 775 소켓이다. 램은 DDR3-1333. 2~3년전 사양인데도 워낙 신제품 출시 속도가 빠르고 고사양화 되는 컴퓨터 시장이다보니 호환되는 메인보드를 찾기가 어려웠다. 다들 단종됐다는 답변만 해댔는데 한 매장에서 겨우 구할수 있었다. ASROCK사의 G41M-S3.  

 

 

이렇게 생긴 녀석이다. 우리같은 비전문가들에게는 사진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모양새다.. ㅡㅡ; 용어들도 하나같이 외계어이고~ (다행히 들은 풍월은 있어 용어가 어렵지는 않았다만..)

 

 

드디어 컴퓨터님 해부에 들어갔다. 드라이버 하나에 먼지제거 스프레이 하나 준비하고 비장한 각오로 전선부터 하나씩 하나씩 분리하기 시작했다. 램을 제거하고, CPU팬을 떼어내고 마침내 핵심부품 CPU를 뽑아냈다. 케이스에 단단히 고정돼있는 메인보드의 나사를 풀어 들어내고 새 보드를 붙인다. 다음에 CPU를 장착하는데 듣기로는 구리스를 바르고 조심스레 조립해야 한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새 CPU가 아니고 쓰던거라 그런지 이미 구리스도 발라져있고 생각외로 장착이 어렵지 않아 쉽게 고정시켰다. 계속 역순으로 CPU팬을 붙이고, 램을 꽂아 넣고, 하드디스크, DVD드라이브를 SATA케이블과 전원케이블로 연결. 마지막으로 조그마한 스피커, 하드LED등을 연결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 전원을 켰는데.....!

이론 된장! 꿈쩍도 하지 않는다. 켜지기는 커녕 전기 들어가는 소리도 안나고 불 하나 안깜박 거리는거다. 뭔가가 잘못됐다... 그런데 바로 짚히는 구석이 있긴했다. 마지막에 조그만 전선들 연결할때 세개의 전선을 차례대로 연결시켰는데 아무데나 꽂는게 아니었나보다. 그것들도 다들 제자리가 있는듯. 다시 본체를 열고 전선을 뺐다가 매의 눈으로 살펴보니 전선과 메인보드 기판에 각각 아주 작은 글자들이 씌여있는게 아닌가! 조심스레 같은 글자끼리 연결시키고 다시 한번 부팅에 도전! 오~~~~ 불이 들어온다. 컴퓨터가 돌아간다~ 그리고 게임 끝. 퍼펙트다. 정말? 아무 문제없이 다 된거야, 이게?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데 아무 문제없이 컴퓨터가 제 기능을 하고 있었다. 에게...뭐 이래. 왜 이렇게 쉬운거야.

 

그렇다. 결국 결론은 나는 예상외로(?) 훌륭히 메인보드를 교체해 낸 것이다. 사람이 안해본 일을 처음 하기가 어렵지 막상 부딪쳐보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는걸 깨달을 때가 많다. 메인보드 교체에 성공해보니 이젠 컴퓨터 고치는일 뭐라도 할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메인보드 가격 7만5천원으로 컴퓨터 가격 20만원 아꼈다. 이상으로 요란했던 메인보드 교체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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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2.11.30 07:04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지난주말 알라딘때문에 애를 먹다 아예 코드를 다 삭제해버렸답니다~

      2012.11.30 08:17 신고 [ ADDR : EDIT/ DEL ]
  2. 겁을 내서 그렇지 그닥 어렵지 않아요.
    제가 꼬맹이들 태어나기 전에 PC정비를 배웠거든요, 잘못 됐을때 사람을 부르면 요청하는 값이 넘 많아서
    씩씩 대며 내가 해 볼거야 그랬거든요. 하라는 데로 하면 교체는 어렵지 않답니다.

    2012.11.30 07:07 [ ADDR : EDIT/ DEL : REPLY ]
    • 한번 해보니까 컴퓨터 조립에 관해서는 이젠 뭐라도 할것 같아요~
      주리니님은 왠만한건 다 혼자 고쳐서 쓰시겠군요~

      2012.11.30 08:16 신고 [ ADDR : EDIT/ DEL ]
  3. 오~ 성공적잉ㄴ 교체 축하드려요~ >.<
    전.. 제가 건드렸다가 더 큰일 날까봐 겁나서 시도 못하고 맡기는데..
    비용 생각하면.. 이리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2012.11.30 07:24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그런편이었는데, 여기 주위환경이 이런지라 어쩔수없는 시도였답니다~

      2012.11.30 08:14 신고 [ ADDR : EDIT/ DEL ]
  4. 비밀댓글입니다

    2012.11.30 07:32 [ ADDR : EDIT/ DEL : REPLY ]
  5. 조금만 손재주가 있으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우리 집은 제가 다 뜯어 놔요.
    대책없이~
    ㅎㅎ
    뜯을 땐 호기롭게 뜯는데 맞추려면 답이 안 나올 때가 많지요.
    결국 사람 불러요.

    2012.11.30 07:57 [ ADDR : EDIT/ DEL : REPLY ]
    • 그 조그만 손재주가 저한테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저거 성공하고 엄청
      혼자 뿌듯해하고 있답니다 ^^;;

      2012.11.30 08:10 신고 [ ADDR : EDIT/ DEL ]
  6. ㅎㅎㅎ 수고하셨습니다.

    2012.11.30 08: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저는 메인보드는 교체 안해봤어요 ^^;;
    그래픽카드나 파워 정도는 갈 줄아는데 메인까지는 복잡하드라고요.ㅎㅎ
    아는분이 피시전문가라서 조언얻어 하나씩 하니 괜찮던데요? ^^
    이제 아빠소님도 컴퓨터 전문가? ^^

    2012.11.30 08: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ㅎㅎ사용할 줄만 아는 노을입니다.

    잘 보고가요

    2012.11.30 09: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비밀댓글입니다

    2012.11.30 09:45 [ ADDR : EDIT/ DEL : REPLY ]
  10. 어렵지 않치만 제가 워낙 손재주가 극악을 달리고 있는지라...
    메인보드 교체 잘 보고 갑니다.

    2012.11.30 10: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출장비도 줘야하고 컴터 한 번 망가지면 돈이 많이 들더라구요.
    어찌됐든 전 엄두도 못 낼 일인데... 성공하셨으니 참 다행이에요.^^

    2012.11.30 11: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오호~~ 대단하시네요..
    전 뭐 조금만 이상 있어도 무조건 서비스 부릅니다..^^;;

    2012.11.30 16: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메뉴얼에 따라 하면 되는데 겁부터 먹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그렇구요.
    다음에 저도 도전해보고 싶네요.

    2012.11.30 17: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헉.. 메인보드 제 서브컴이랑 같은 거 쓰시네요. -ㅁ-
    괜히 반갑..

    2012.11.30 18: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제가 작년에 업그레이드한 에즈락 메인보드보다 상위레벨인거 같네요 ^^ 제보드는 DDR2까지만 지원되는거라 당시에 DDR3로 새로 구입했어야 했는데 후회스럼이 있습니다 ㅎㅎ 지금DDR2가 DDR3보다 비싸거든요 보드 조립기 잘 보고 갑니다

    2013.04.12 08: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질문좀하겠습니다

    저도, 님과 같이 메인보드를 사서 스스로 어떻게 해볼까? 고민하다가 글 보게 됐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거의 7년 정도 전에 산 컴퓨터들이 몇 대 있는데요. 고 놈들의 성능이 비슷비슷해서, 그 중에 씨피유가 가장 좋은 놈으로 몰아서 한대를 만들고자 하거든요.. 그런데 7년 정도 지난거면 맞는 메인보드가 없겠죠??? 님은 2~3년전 컴퓨터라고 하셨는데...경험자로서 답변 점 부탁드려요. ㅠㅠ

    2013.04.17 03:11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무래도

      7년전이라하시면 중고 매장에 가셔도 있을지 미지수네요.. 없을 확률이 매우 큽니다..요즘은 너무 제품교체주기가 짧아서요..ㅎㅎ 아무래도 새로 구입하시는게 속편하실듯javascript:;

      2014.03.05 14:33 [ ADDR : EDIT/ DEL ]
  17. 나 초보~

    사실... 초보분들이 가장 애로사항을 느끼는 것은... 컴터에 문제가 생겼을때...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게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문제를 짚어낼수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인터넷 검색하면... 교체하는 방법은 다 나와 있어서 그거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되긴 하죠..

    2013.09.11 02:16 [ ADDR : EDIT/ DEL : REPLY ]
  18. 아무래도

    브랜드 피시라고 해봤자... 속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딱히 더 좋다.. 라고 말하기도 그렇습니다..
    제가볼때 다만 차이는 회사의 업무용 pc 와 개인용도로 쓰는 개인용pc 의 사용범위의 차이가 수명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네요~

    2014.03.05 14:3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