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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단순 가출에 의한 해프닝이라고?

어제였다. 습관적으로 인터넷 뉴스들을 읽고 있는데 이상한 기사가 올라왔다. 나주에서 초등생 여자 어린이가 실종됐다고 엄마가 실종신고를 해서 경찰이 발칵 뒤집혔고,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알고보니 단순 가출 해프닝이었다는 뉴스.

그런데 뉴스를 읽는데 뭔가 석연치 않다. 초등생이 단순 가출했다고 하는데 신발도 신지 않은채 천변에서 이불을 덮고 앉아 있었다고? 이게 사실이라면 가출이 아니라 몽유병이거나 혹은 정신상태를 감정해봐야 할 일 아닐까? 게다가 뉴스에서 보도하는 시간은 30일 오전 7시반이라는데 그 시간이면 태풍 덴빈이 전라도에 상륙하던 즈음이라 폭우와 강풍이 쏟아지던 때다. 경찰이 발견한 시각이 오후 1시였으니 초등학생이 강풍과 폭우속에 덮고자던 이불을 둘러맨채 맨발로 가출해서 천변에 6시간여동안 비를 맞고 앉아있었다는 말인데 앞뒤도 안맞고, 말도 되지 않는다. 왜 경찰과 언론사는 이를 단순가출 해프닝이라고 하고 마는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처음 이 사건을 보도한 매체는 연합뉴스다. 연합뉴스는 신문사가 아니라 뉴스 통신사다. 국내외 사건사고등을 취재해서 각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곳이다. 아래 사진으로 인용한 뉴시스 기사 역시 연합뉴스로부터 기사를 송고받아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왼쪽 기사는 8월 30일 14시03분에 올라왔고, 두번째 오른쪽 기사는 8월 30일 14시46분에 올라왔다. 거의 같은 내용에 마지막 한줄의 문장이 추가된 기사였는데 

"경찰은 A양이 안정을 되찾는대로 정확한 사건경위를 물어볼 방침이다" 라는 문장이

"한편 경찰은 A양의 신체에서 멍든 자국이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안정을 되찾는대로 정확한 사건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로 바껴있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단순 가출로 볼수 없는 정황임에도 이를 단순가출에 의한 해프닝이라고 보도한 연합뉴스, 그리고 이 뉴스를 송고받아 거의 모든 신문사들이 똑같은 기사를 쏟아냈다. 결국 이 사건은 나주에 사는 이웃 동네 주민인 25세 남성이 거실로 침입해 자고있던 초등생 A양을 이불째 둘러메고 납치한 후 성폭행하고 폭우속에 버려둔채 달아난 사건으로 밝혀졌다. A양은 겨우 7세였고, 조두순 사건때처럼 대장파열등의 중상을 입고 나주시내에서 응급조치를 받은후 광주 대학병원으로 옮겨 수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아이가 느꼈을 충격과 공포,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처음 아이엄마가 거실에서 자고있던 아이가 사라진걸 안 시각이 새벽3시 경이었다고 하니 발견되던 오후 1시까지 10시간동안 범인에게 성폭행당하고 빗속에 버려진채 떨고 있었다. 집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지만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고 한다. 


                                           (사진출처 : 8월31일 연합뉴스)


아이엄마가 경찰에 신고한 시각이 아침 7시반, 발견할때까지 경찰은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했다는데 집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대로변에 기이한 형상으로 앉아있던 아이를 발견할때까지 5시간 반이 걸린 셈이다. 그리고 이를 보도하면서 영산 지구대에 수사본부를 차리고 160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고 했다. 또 발견하고 나서도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단순 가출이란다. 생색내기에 급급한 경찰도 문제고, 기본적인 사실확인도 하지않고 기사화한 연합뉴스도 문제고, 언론사란 타이틀을 내걸고 뉴스들을 보도하면서, 그것도 누가봐도 앞뒤가 맞지않는 기사를 앵무새처럼 앞다퉈 내보내는 신문사들도 참 문제다.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고도 참언론의 기치를 내건다고 말을 하고 다닐라나?


등교하던 초등학생을 흉기로 위협하고 상가 화장실로 끌고가 성폭행한 끝에 장파열과 인공항문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만든 조두순은 재판에서 술취한 상태라 기억을 못한다고 변론해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살고있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술에 취해 벌인 일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왜 술에 취해 운전하면 사고를 안내고도 처벌하는 법원이 한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거나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범인에 대해서는 술취했으니 정상참작한다고 봐주는걸까? 상식적인 법감정을 가진 우리들은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번 사건도 눈여겨 봐야겠다. 정신이상이야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심신미약 상태이니 고려해야 겠지만 음주로 인해 범죄에서는 술을 마시는 행위는 본인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행위니만큼 스스로 자제해야 할것이고 만약 술을 마시고 범죄를 일으켰다면 이는 사회에서 더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이젠 집에서 부모와 함께 자고있는 딸도 안심할수 없게된 세상이다. 도대체 이놈의 세상 어떻게 살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