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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갈수록 막장으로 흐르는 여수 엑스포

마치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를 보는것 같다. 삼각에 사각관계로 뒤덮힌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이어 종영이 다가오자 막장의 비기, 출생의 비밀이 막 밝혀지려는 순간이다. 엑스포 개막 전 조직위에서 추산한 관람객 수는 천만이었다. 그런데 막상 개막이후 한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관람객이 들자 슬그머니 800만으로 하향 조정했고, 이후로도 각종 언론을 통해 '관람객 입장수 = 대회의 성공'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갔다.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서는 입장객 수와 더불어 질 높은 공연과 전시, 관람객의 편이성, 관람후 만족도 등이 고려되어야 할텐데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들은 무시하고, 눈에 보이는 관람객 수만을 성공적인 대회의 지표로 삼는 모습이다. 이는 여수 엑스포 조직위만의 생각만은 아니다. 


로세르탈레스 세계박람회기구 사무총장도 7월 20일, 중간평가를 하면서 지금 추세로는 목표했던 800만이 아니라 700만이 될것 같아 아쉽다면서, 그래도 스페인 사라고사의 550만에 비해 낫다고 평가했다. 또한 "무엇보다 비가 오는 등 궂은 날씨가 끼어 있었음에도 오늘까지 41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등 관람객이 가속도를 보이는 것은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의 노력과 여수시민 및 자원봉사자들의 열과 성의, 여수엑스포가 내세우는 훌륭한 콘텐츠가 함께한 결과물이었다"며 만족해 했다. 이처럼 세계기구 사무총장부터 엑스포 조직위원장까지 관람객수 최우선 주의를 견지하면서 엑스포는 점점 막장을 향해 치달아간다. 개막이후 관람객수 추이를 살펴보자.


5월 12일 개막이후 100만을 돌파한 시점은 6월 2일, 21일 만이었다. 하루 평균 4만 7천명이 엑스포를 찾은 셈이다. 그러다 200만을 돌파한게 6월 20일. 18일동안 100만명이 여수를 찾아 하루 평균 5만1천명으로 늘었다. 7월 7일 개막 57일만에 300만을 돌파했다. 100만에서 200만이 될때 18일이 걸렸고, 200만에서 300만이 될때도 17일이 걸렸다. 이 시점에서 하루 평균 관람객은 5만3천여명. 이때부터 조직위에 비상이 걸렸다. 공짜표는 없을거라고 호언장담하던 데서 슬그머니 물러나 6월 28일부터는 단체 50% 할인, 오후권, 성인4인권 등을 신설해서 할인혜택이 들어갔고  '인근 지자체의 날'이라는 명목으로 광주, 전남, 경남 지역에서 3천원에 표를 팔기 시작했다. 공무원, 학생들을 동원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7월 9일 7만 8천명이 입장하여 평일 관람객 최고치를 갱신하더니 7월 12일 평일 관람객 10만을 기록했고, 7월 18일에는 400만을 돌파했다. 11일만에 100만이 입장해서 이 기간 평균 9만명을 기록한다. 400만을 돌파한지 9일만인 7월 27일, 500만도 넘어섰다. 일일 11만 1천명 입장이다.  


이 글을 쓰고있는 7월 31일에는 600만을 넘어섰다. 500만을 돌파한지 4일만에 100만명이 방문했다. 하루평균 25만명이 든 셈이다. 도대체 이 기간동안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이 추세대로 나간다면 8월 12일 폐막때까지 세계박람회 자체 추산 관람객 수인 700만을 거뜬이 넘어 800만도 가능하게 됐다. 관람객 폭증의 주범은 공짜표다.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그동안 고생했다며 여수시민들에게 공짜표 58만장을 살포했다. 여수시민 전체 인구가 29만명이니 1인당 2장씩이고 이 표는 고스라니 친구, 친척들에게 전달돼 방문객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뿐이랴. 인근지자체 할인이라고 해서 광주, 전남, 부산, 경남등 남해안 일대 지자체 주민들에게 할인하던 3천원짜리 표가 이젠 경기도, 서울, 강원도 주민들에게까지 확대됐다. 애초에 '인근'이라는 이유로 할인해준다는 것도 코미디였고, 이젠 서울, 강원도도 인근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니 웃기는 한계를 넘어섰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7월30일자)


나 역시 여수에서 근무하는지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공짜표를 2장 얻었다. 아직 한번도 못가봤기에 꼭 한번 가보고 싶긴 한데, 아쉬움을 접고 엑스포 방문을 포기했다. 가려고 했던 여수시민 감사의 날로 지정된 7월29일부터 31일까지 이 기간동안 여수시민 말고도 서울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 주민들도 3천원에 입장권을 구입할수 있었고, 인천 남구, 연수구, 경기도 고양시, 남양주시, 화성시, 연천시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강원도 홍천군, 대전 중구, 서구, 대수 수성구, 경북 안동시, 부산 영도구, 기장군, 수영구, 동래구, 강서구, 울산 울주군, 경남 창원시, 창녕시, 거창시, 고성시도 인근지자체의 날 행사로 3천원에 입장할수 있었다. 상상이 되시는가~ 이 삼일동안 3만3천원 정가를 다 내고 엑스포를 관람하는건 미친짓이었다. 그러다보니 4일동안 100만명이 들어서 하루 평균 25만명 입장이라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하기 위한 적정인원은 7~8만명 수준이라는게 정설이다. 10만명이 넘어서면 짜증이 날 정도로 줄이 길어지고, 그만큼 관람객들은 불편을 겪는다. 하루 15만명이 들어선 날은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인터넷에 돌아다녔었다. 그런데 7월 28일 15만 5천명으로 하루 최대 기록을 세우더니, 29일과 30일에는 27만명으로 기록을 세웠다. 



조직위로서는 신나는 일이겠다. 하루 평균 5~6만명으로 굳어지는 듯 했던 관람객 수가 폐막을 앞두고 대반전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대회라는게 정말 이런 모습일까?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 관람객들은 4~5시간씩 줄을 서 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그늘이 있는 곳은 돗자리가 펼쳐지고, 술과 음식들이 차려진다. 최고 인기 코스인 빅오쇼는 하루 세차례 공연을 함에도 밀리는 인파로 인해 제대로 감상할수도 없고, 넘치는 인파로 출입문마다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이런 실상은 애써 보지 않고, 듣지도 않은채 지금도 더 많은 사람들을 입장시키려 하고있다. 마치 푸시맨들이 만원 전철속으로 사람들을 밀어 넣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환경에서 국토 남단 여수까지 먼 길을 찾아온 관람객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제대로 전시, 관람을 즐기고 돌아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걸까?


관람객의 편의는 뒷전이고 입장수에만 목매달고 있는 조직위. 처음부터 인기없던 드라마를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시선을 억지로 끌더니 연장방송에다 이제 출생의 비밀이라는 막장의 하일라이트를 달리고있다. 그런후에 대회가 끝나고 나면 800만이니, 900만이니 하면서 자축하고, 성공한 대회였다고 호평들 하겠지? 주위를 둘러보시라.. 여수 엑스포를 다녀와서 잘 다녀왔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지금이라도 초등학생 수 놀음처럼 어리석은 생각 그만두고 제발 관람객의 편의에 맞춘 엑스포로 끝맺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여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조직위만 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