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너의 이름은 지금부터 쫄쫄이니라~

주말근무를 하던 토요일 오후, 현장 작업자 한 분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며칠전부터 현장에 강아지 한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다면서 마을 주민들도 누구집 강아지인지 도통 모르더라는거다. 그런데 쫒아도 떠나지 않고 계속 현장을 돌아다니는데 며칠간 밥도 못먹는것 같더란다. 좁은 섬이기에  동네 개였다면 벌써 주인이 나타났을텐데 주민들도 모르는 것이 아마도 관광객들에 섞여 들어왔다가 길을 잃은건 아닌가 하는게 그 분 생각이었다. 불쌍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해서 사무실에서 키워보라 하신다. 사무실에서도 개를 한마리 키우고 있었지만 밥도 못먹고 돌아다닌다는 강아지가 궁금해서 차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일하는 자재를 쌓아두는 간이 창고에 그녀석이 있었다. 앞에 나와있다가 차가 다가서자 겁을먹고 창고속으로 쏙 들어간다. 차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가자 불안한듯 겁먹은 표정인데 그렇다고 달아나지는 않고 엉거주춤 뻘쭘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다.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쓰다듬어 주면서 말을 걸었다. "넌 어디서 왔니?" "왜, 배고파?" "언제부터 여기서 이러고 있었어?" 경계심을 풀면서 꼬리를 흔드는데 꼬리가 초스피드다. 이녀석을 어떻게 할까... 일단 데려가서 밥과 물을 주고 마을 주민들에게 수소문해서 집나간 강아지가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하는 생각에 사무실로 데려가기로 했다. 어떻게 데려갈까 라는 고민은 할 필요도 없었다. 한번 따뜻하게 대해주니 마치 내가 주인이라도 되는양 따라온다. 차까지 걸어가는 길에도 쫄랑쫄랑 따라오더니,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깡충깡충 어설프게 뛰면서 차를 따라온다. 그렇게 서행하면서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중간에 포기하지도 않고 끝까지 따라왔다.


성견용 사료를 한주먹 쥐어주고 물을 줬더니 금새 뚝딱 해치우는게 며칠 굶은게 맞나보다. 불과 몇분만에 이녀석은 완전 나를 주인으로 알고 충성을 맹세한것 같다. 그 뒤로 내가 어딜가나 뒤를 따라다닌다. 쫄쫄쫄쫄~~ 마을에서 안면이 있는 몇몇 주민분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누구집 강아지인지 모른다 한다. 동네 숟가락 갯수까지 알고 계실 분들이 모른다니 정말 여기 섬집 강아지가 아니라는건가?




생후 얼마나 됐는지 대충 봐서 한달정도? 근데 가정에서 키우는 애완견은 아니고 마당에서 키우는 응견인것 같은데... 그래도 학습효과가 빠르다. 아무데나 따라다니다가 사무실 안까지 들어오려하자 "안돼!" 하고 제지시켰더니 몇번만에 금새 안돼라는 의미를 숙지했다. 사무실 앞마당은 안전하지만 밖으로만 나가도 중장비들이 어지럽게 돌아다니는지라 위험한데도 내가 현장에 나갈때도 굳이 따라나서려 하길래 이때도 "안돼!" 사무실에 들어와서 일하고 있으면 슬그머니 저도 들어오려 하길래 이때도 "안돼!" 이 한마디만 익혀놓으니 별 어려움이 없다. 헌데 일하고 있는 사무실 문 밖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며 끙끙거리는게 영 안쓰러워 들어오라고 손짓했더니 마치 말을 알아듣는듯이 잽싸게 들어와 발치에 자리를 잡고 누운다.



그러더니 또 금새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아마 며칠동안 굶주리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다가 이곳을 안전하다고 느끼는듯 하다. 원래 키우던 개는 한쪽 개집에 묶어서 키우지만 이녀석은 자유롭게 풀어서 키울 생각이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주인이 찾아오면 돌려줄것이고, 저가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머물고 싶으면 머물러라고. 참 이제 이 집 식구가 되려면 이름부터 지어줘야 겠구나. 그럴싸한 멋진 이름을 지어주고 싶지만 보아하니 응견이라 시골식으로 황구 아니면 누렁이겠다. 첫인상부터 지금껏 사람을 좋아해서 쫄쫄 따라다니기만 하니 네 이름은 지금부터 쫄쫄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