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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기부하며 사는 생활, 어렵지만은 않다.


오래전부터 아주 작고 사소하지만,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바로 '기부'가 그것이다.
으례 기부라 하면 거창한 것부터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것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근데 실제로 기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면 소위 '있는 사람들'보다는
'없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이라는걸 알수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없는 사람들은 없음의 고통을 잘 알기에 작고 미약한 힘이나마 도움을 주려하고, 있는 사람들은
돈을 더 모으는 일에만 관심을 갖지, 돈을 댓가없이 소비하는 일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기때문이다.
그러다 결혼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나는 평소에 꿈꿔왔던 기부를 실천하기로 마음먹는다.
앞서도 말했듯이 '기부'란 것이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운거고, 그래서 감히 실행에 옮기지를
못하는거고, 쉽게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쉬운일이라고도 볼수 있다.

맨처음 참여한 기부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천주교 신자인지라 부부가 함께 주일 미사를 드리고 있는데 마침 천주교 사회복지국에서
매달 정기적인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었다. 국내 불우이웃은 물론이고 활동무대가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데 항상 후원금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 공동의 이름으로 매월 만원을 약정한
것이 첫기부가 됐다. 지금은 약 6년이 되가지만 지금도 1년에 한두번씩 오는 책자에 부부 이름으로
1년에 12만원이 찍힌 페이지를 보면 뿌듯한 기분을 갖는다.

두번째 기부하는 곳은 모두들 아는곳. '참여연대'다.
보수적인 분들이 보기엔 좌파들의 모임이라고 할것이고, 내가 보기엔 어두운 세상을 하나하나
바꿔나가는 '힘있는' 양심이자 지성인들의 모임이었다. 맘같아선 회원 가입하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함께 하고 싶으나, 내 맡은바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것도 변화의 바탕이라 생각하고
후원으로 동참하기로 한다. 이 곳 역시 한달에 만원.
한달에 만원씩 기부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한번에 목돈을 내서 기부하는 일도 바람직하지만
그럴때마다 큰 맘 먹고 해야하는거고 사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에 반해 한달에 만원이란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정도로 미미해 큰 결심없이도
선뜻 낼수가 있고, 그게 또 모여모여 1년이면 12만원이니 작지만 그래도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 생각은 한곳에 많이 하는 기부보다 여러곳에 조금씩 내 힘을 보태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열악한 여건속에서 서민들과 노동자, 농민등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참다운 민주주의를 위해 참 많은 일을 하고있는 곳이 참여연대라
생각한다. 이 곳은 처음에는 사회단체로만 분류되있어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었는데
2년전부터서는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http://www.peoplepower21.org
 

세번째, '인애동산' 이라는 곳에 기부를 하고 있다.
내 고향인 광주지역에 개신교를 뿌리로 둔 복지단체인데 미혼모, 노인,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펴고있는 곳이다. 첨에 기부하기로 결심하고 전화를 했을때 전화를 받던
선생님의 놀라던 목소리가 생각난다. 대뜸 전화를 해서는 기부를 하겠다고 하니, 그것도
월정액으로 매달, 그런 경우가 별로 없어서 놀랐다고 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금액과
소수 독지가들의 후원으로 이끌어오고 있는데 먼저 찾아와서 기부하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면서~ 고맙다는 말을 몇번이고 반복하기에, 많은 돈도 아니고 적은 금액이라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고 서로 덕담을 주고받던 기억.. 이런 순간이 흐뭇하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듯... 여기도 역시 한달에 만원씩 ^^;;

인애동산 홈페이지 http://www.swinae.org


마지막으로 2년전에 새롭게 기부하고 있는 곳이 생겼다.
바로 그 유명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일명 '사랑의 열매'라는 단체다.
티비를 보면 연말에 특히 정치인이나 방송인들이 양복 상의에 가지 세개에 사과처럼 생긴
열매가 달린 뱃지를 차고있는 모습을 볼수 있는데 바로 이 뱃지가 '사랑의 열매'다.
후원단체중 단일 단체로는 최고규모를 자랑하는 반공영 기관으로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듯 하다. 연말에 광장에 커다란 온도계 탑을 세워놓고 사랑의 온도계라 지칭하며
후원 모금 목표치를 설정하고 가까워질수록 온도계 온도가 올라가는 모습 티비를 통해
자주 볼수 있지 않은가.. 탤런트 문근영이 이곳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꾸준히 도와왔다는
보도를 2년전에 접하고 내가 격하게 아끼는 근영동생이 기부하는 곳이라 나도 따라하게
됐다. ㅡㅡ;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냐.. 어려운 사람 도와주겠다고 코흘리개들이
모아 맡겨논 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이 야금야금 빼먹었단다. 과다한 회식비에
출장비에 야유회에 아직도 수사가 진행중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을 커다란 절망감에
빠뜨린 올해의 사건이었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http://www.chest.or.kr


자~ 여기까지 하고보니 네 곳에 각각 만원씩 한달에 4만원을 기부하고 있는 셈이다.
더 많은 곳에 기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여기까지가 가능한 한계치인지 더이상
나아가기가 영 부담스러워 새로운 일은 안벌이고 있다.

혹시 아직까지 기부란 너무 어려운것~ 이라고, 아니면 나중에~, 내가 여유가 생기면
시작해야지~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오늘 크리스마스를 맞아 오늘을 계기로 관심을 갖어보자.
그리고 단돈 만원부터서라도 시작해보자. 혹 정말 여유가 있는 분이시라면 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오는 것도 감안할수 있을터~ 남을 돕게되면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겐 큰 힘과 용기를
주고 도와주는 나는 그보다 더 큰 보람과 행복을 누리니 일석이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