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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아빠소의 하루, 그리고 주먹밥 만들기

오랫만에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마땅히 해야할 일을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하는 착실한 아빠소가 되고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기전 베란다 창을 열고 이불을 터는건 하루에 시작을 알리는
첫번째 일이다. 이불을 터는건 일주일에 한번만 해도 될것 같은데 휴가기간 동안
매일같이 하달되는 영부인의 명령이다.

이불을 털고, 갠 다음 할일은 청소기 돌리기.
신혼초 청소기를 돌리는 아내를 그냥 보고 말았더니 이런건 남자가 해야하는거 아니냐며
어찌나 아프게 쏘아대던지 이제 아내가 청소기 돌리는걸 보고만 있어도 좌불안석이다.
차라리 내가 먼저 하고마는게 상책. 청소기 돌리는건 너무나 즐겁다. 아니.. 즐거워야 한다.
요새 청소기가 얼마나 잘나왔나, 특히 우리집 삼성 먼지따로 청소기는 청소를 하고나서
먼지통을 분리해 버리기만 하면 뒷처리가 끝나니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먼지를 버리려 쓰레기봉투가 있는 다용도실을 열어보니 묶지않은, 아니 묶어지지 않는 
20리터 쓰레기봉투 두 개가 입을 벌리고 있고, 그 옆에는 까만 비닐봉투 두 개가 역시 
잡다한 쓰레기들을 품에 안고 나뒹굴고 있다. 쓰레기 버리기 싫어하시는 영부인께서 
쓰레기봉투 두 개가 다 차자 마침내 일반봉투에 쓰레기를 투척하고 계셨던 게다...

발로 밟고 ♩, 손뼉 치고 ♪, 사방을 둘러본 후 ♬,  쓰레기봉투에 잘 정리해 내다 버리고 왔더니
재활용 쓰레기들이 나를 반기고 있다. 역시 마트 대형 비닐봉투 두개의 재활용 쓰레기를
가지고 내려가 버리려니 당연하게도 분류가 돼있지 않고 제각기 섞여있다.
하나하나 손을 집어넣어 종이, 플라스틱, 유리병, 비닐류를 추스려 버렸더니 손에 이물질이
잔뜩 묻어 향기로운 냄새를 피운다.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올라가
손을 씻으면서 보니 세탁기에 빨랫감이 잔뜩~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데 뒤에서 티비보고 있던 영부인이 "오빠, 물 한잔"을 외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이더냐...

제빨리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물을 따라주고 나서 문을 닫으려는데 냉장고 안쪽 구석에
꽁꽁 묶여있는 정체불명의 까만 비닐봉지가 유독 눈에 띈다. 그러고보니 그간 주말부부
생활을 하며 한번씩 집에 올적마다 냉장고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비닐봉투를 빼들고 풀어보니 <오, 마이 갓...>
각종 야채, 감자등이 형태를 알아볼수 없게 곰팡이에 뒤덮여 있다.
냉장고 안에서도 음식물이 상한다는 말은 들어왔지만 이처럼 처참하게 곰팡이가 필수도
있다는걸 직접 보여주려 영부인이 잘 보관하고 있었던게 틀림없다.
잘못했다간 곰팡이씨가 풀풀 날릴까봐 조심조심 다시 꽁꽁 묶은후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말고
"이거 곰팡이 슬었다...버려도 되지?"하고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물어본다.
영부인 허락없이 인상쓰고 버리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묻지도 않은
"내가 얼마나 정신없이 바쁘면 그러겠어. 애들 챙겨야지, 또 뭐해야지,  또 뭐해야지..."
라는 잔소리를 들을게 뻔하므로 이럴때는 최대한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영부인 티비보는데 방해되지 않게 애들을 옆에 앉혀놓고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니
세탁기 멜로디 소리가 들려온다. 빨래가 어찌나 많던지 건조대 두개를 꽉 채웠다.
빨래를 하는것보다 너는게 더 귀찮다는 말을 실감한다.
부지런히 세탁기와 베란다를 오가며 빨래를 널고있는 나를 슬쩍 보며 아내가 한마디한다.
"왜 힘들어? 그 힘든걸 나는 매일..." "아니야, 재밌어" 씨익...

이왕 집안일 하는김에 점심도 준비해 본다.
오늘의 메뉴는 <한 입에 먹는 아기 주먹밥>!!!



(먼저 밥과 야채와 김치를 볶은다음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섞어준 후)


(애들이 한입에 먹을수 있게 아~주 작게 뭉쳐서 주먹밥을 만든다)



(짜잔~ 주먹밥 완성! 애들 할당량 6개, 나 12개, 영부인 4개)


아~ 이런거 해보고 싶었다.
요리 포스트!!!
블로그 이웃분들의 멋진 레시피 포스트를 보다보면 참 맛깔스럽게
잘 만든다 싶어 언젠가 나도 꼭 해보고 싶었다. 마침내 우격다짐, 대충대충
요리 레시피 포스트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