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를 본지 3주가 지났다. 개봉한지 얼마 안돼 봤으니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리고 영화를 본 후 리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미적거리게 되었고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
오늘에서야 글을 남긴다.
글쓰기가 힘들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사실은 이주전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찾으려 인터넷을 뒤적이다
원작만화를 무료~로 볼수 있는걸 알게됐고 앉은 자리에서 원작 80화를 단숨에
보게됐다. 영화를 재밌게 봐서인지 원작도 재밌더라는...
그리고 영화에서는 이렇게 표현된게 원작은 저랬구나 하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
영화도 재밌게 봤고, 원작도 재밌게 봤다.
워낙 많은분들이 '이끼'에 대한 리뷰를 썻기에 새삼스러운 얘기는 할게없고..
영화를 보는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오는 갈등의 시발점은 류목형과
마을사람들과의 인간관계다. 비록 영화를 풀어가면서 짤막하게나마 '악'을 교화시키려는
류목형과 '악'을 이용하는 천용덕 이장과의 갈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뭔가 부족하다. 마치 류목형과 마을사람들간에 굉장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듯한
암시를 계속해서 주면서 음울한 분위기를 잡아가지만 영화에서 잠깐씩 보여지는
회상씬으로는 그 거대한 음모와 비밀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다.
그럼 원작에서는 어떨까?
친절하게 류목형과 천용덕의 그 얽히고 설킨 수많은 갈등의 근원을 설명해주고 있을까?
영화보다는 조금 더 나았지만 납득하기엔 역시 부족하다.
더군다나 공동체마을을 설립하기전 기도원과 교도소에서 보여지던 인간의 경지를 초월하여
신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던 류목형은, 천용덕과 함께 공동체마을을 설립한 후 고작 일개 형사
하나에 놀아나는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으로 캐릭터가 바껴버렸다.
다소 무리한 설정 아닌가? 거기다 류목형이 자신이 죽은후에 아들이 자신의
뒤를이어 마을의 부조리를 파헤쳐 줄거라고 굳게믿는 설정 또한 너무 작의적이다.
작품에서 보면 류해국이 아주 어렸을때 류목형은 집을떠나 가족들을 방치한다.
그런 그가 얼마나 자기 아들에 대해 안다고, 죽음으로서 아들을 불러 들이려했을까?
영화의 끝무렵 반전을 주었던 영지라는 캐릭터는?
역시 설명이 빈약하다. 왜 이 모든게 영지가 꾸민일인지, 영지는 무엇을 얻고자 했던것인지
알수가 없다. 류해국을 이용해 마을의 비밀을 파헤쳐 영지가 얻을수 있는건 무엇일까?
원작에선 미스테리하지만 류목형의 편에 서있던 영지가 영화에서는 그 누구의 편이었는지
모르게 애매해져 버렸다. 류목형을 죽음으로 몰고간 이장에 대한 복수인지, 자기 자신의
복수 및 출세를 위해 류목형과 천용덕 모두를 이간질하는 것인지...
영화는 악연으로 뭉친 류해국과 검사 박민욱이 마을의 비밀을 파해치는 과정에서
의기투합해 동지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근데 영화로 보면 무슨 악연인지 설명이
부족하다. 그 부분만큼은 원작에선 충실히 설명해주고 있어 이해가 쉬웠다.
아마도 원작만화를 먼저 보고 영화를 봤으면 영화에 많이 실망했으리라..
하지만 반대로 영화를 먼저보고 만화를 나중에 보니 둘다 재밌게 볼수 있었다.
주인공의 캐릭터나 마을 배치도, 대사, 극의 흐름이 놀랍게도 비슷했다. 그만큼 영화화하면서
원작에 충실했다고 할수 있겠지? 많은 문학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들이 원작과의 차별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이끼'만큼은 최대한 충실히 원작에 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유가 있었다.
원작자 윤태호는 영화사에 판권만 판게 아니라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깊숙히 영화제작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영화속 대사가 원작과 토시하나 틀리지 않는 부분이 제법
나오는데 윤태호씨의 계획된 의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다소 바뀐 부분도 나온다.
류목형의 과거행적이 원작에선 과거 회상씬으로 처리된데 반해
영화에서는 시간순으로 나열시켰고,
다소 신비주의에 싸여져 있다가 명확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영지의 캐릭터가 영화에서는 마지막 반전신을 통해 팜므파탈의
이중성을 극적으로 표현한점(이 때문에 나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지만..), 류목형의
죽음으로 아들 류해국이 마을로 찾아오게 된 계기가 원작에서는 '악의 신'과 같은 존재가
되려했던 천이장의 화룡정점의 계획으로 나온반면, 영화에서는 류해국을 이용해 천이장의
제국을 무너뜨리려는 영지의 전화통화였다는 점등이 원작과 영화가 다른점이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세상에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래 한컷의 그림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갖은 부정과 폭력, 악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형성하고,
또 그것을 이용해 뇌물과 부동산으로 짜놓은 경찰, 검찰, 국회의원등의 탄탄한 인맥이 뒤를 봐주고
그들이 뒤를 봐주는 탓에 더더욱 쉽게 부정을 저지르면서도 큰소리 땅땅 치며 천용덕처럼
살아가는 세상..
어느 정의감에 불타는 검사가 그런 사람 하나를 잡아 넣으려고 해도 그럴려면
대한민국 전체를 대청소 해야할거라는 작가의 냉소적인 비판. 그게 바로 이 작품의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참으로 적절한 비판이다.
'이끼' 원작만화 보러가기 (다음 만화속세상 연재만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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