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차,뭘로 바꿔야 하나?

20대후반 나의 퍼스트카였던 대우 마티즈는 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을 탔더랬다.

남들에게 보여지는것 보다 실속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시절이었고, 마티즈를 타면서도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단 하나! 연애에서는 예외였다.

만나봤던 여자 열이면 열, 내색을 하던 하지않던 남자가 타는 차는 그녀들이 남자를 고르는데

중요한 항목임을 절실히 느꼈던것이다. 당시에는 그런 여자들을 멸시(?)했었지만, 조금더 나이가

들어보니 남자의 차로 남자를 평가하는 그런 속물적인 기질이 꼭 멸시받을 일은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세컨드카가 대우 레조로 바뀌게된 계기다.

역시나...차를 바꾸고 나는 바로 그해 결혼을 했다.

 

레조를 운행한지 올해가 8년째, 맘같아선 10년을 채우고 차를 바꾸고 싶었지만 여기저기 돈달라고

아우성치는 차름 보면 올해말쯤 세번째 '써드카'를 생각지 않을수 없다. 맨처음 내가 욕심냈던 차는

현대 투싼Ⅸ.

 

(첫눈에 반한 투싼Ⅸ, 디자인도 광고도 모두 맘에 들었다)

 

이젠 30대 후반에 네가족의 차임을 생각한다면 짐칸 넓고 경유차라 연비가 좋은 SUV를 생각했는데

그중 투싼은 단연 돋보였다. '움직이는 것중 가장 섹시하다'는 카피대로 날렵하고 부드러운 곡선이

국산차 디자인에선 따라올 차가 없었다. 문제는 역시 2천만원 후반대의 가격.

어느정도 돈을 갖고있는 상태에서 부족한 부분을 할부로 구매하면 부담이 적지만 모아놓은 돈

하나없이 공으로 날로먹으려니 차값 모두가 고스라니 할부금에 반영되고 아무리 고민해봐도 내

월급으로 할부금을 감당하자니 이건 생활이 안되겠는거다. 그러던 차에 나온 뉴스가 기아의 신차

출시, 바로 스포티지R.

가격은 미정이지만 소렌토가 싼타페보다, 앞모델이었던 스포티지가 투싼보다 2~3백만원 저렴

했었고, 기아차가 동급의 현대차보다 약간 낮은가격에 신차를 출시했던 탓에 다소 무리가 따르더

라도 스포티지R이 출시되면 디자인만 괜찮다면 질러버리겠다고 잔뜩 기대하며 출시를 기다렸다.

 

(드디어 출시된 스포티지R. 슈라이더의 힘은 대단했다)

 

아~드디어 베일을 벗은 스포티지R. 기아차의 부사장 슈라이더의 힘은 역시 대단했다.

로체 이노베이션때부터 한차원 다른 디자인을 보여줬던 슈나이더팀은 포르테, 소렌토R, K7을

거쳐 스포티지R에 이르기까지 국산차임에도 외제차같은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해냈다. 기다리던

보람이 있게 앞모습은 물론, 뒷모습까지 (단 옆모습은 너무 밋밋해서 살짝 실망했지만) 아주

세련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역시 가격이 안습이었다. 투싼Ⅸ보다 2~3백만원 저렴할거라고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거의 같은

가격에 책정되 나온것이다. 기본적인 옵션 넣고 부가세 포함하면 2천만원대 후반, 거기다 각종

세금을 생각하면 거의 3천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은..(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나에겐 '넘사벽'

이었다. SUV가 힘들면 세단쪽은 어떨까. 그래도 2,000cc급 정도는 타야할텐데 라는 자존심으로

고른 모델은 쏘나타YF와 K5.

 

(현대의 YF소나타와 기아의 K5. 플랫폼이 같고 부품도 같고..디자인만 다른 같은차다)

 

YF소나타의 경우 출시때부터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말이 많았다. 20~30대를 타켓으로 하는

준중형차라면 파격적인 디자인이 큰 장점이겠지만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로 구매하는 중형차

라면 무난하고 중후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때문에 젊고 파격적인 소나타를 부담스러워

하는 평이 나올수밖에. 특히나 다소 과하다 싶을정도의 라디에이터그릴은 YF소나타를 좋아하는

쪽과 싫어하는 쪽이 극단적으로 나뉘게 된 이유였다. 그에반해 기아의 K5는 유럽식의 세련되고

중후한 디자인이 젊은층이나 중년층이나 누구나 다 선호할만한 모양이어서 인기가 많은것 같고.

스포티지R에서 말한대로 역시 슈라이더의 힘이다. 독일 아우디에서 피터 슈라이어를 스카웃한

후 디자인면에서 기아차는 현대차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대세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플랫폼에

같은 부속을 사용하니 똑같은 차인데 다만 편의사양을 넣고 빼고, 디자인만 바꿔 나오니 구입시

고려사항은 오로지 디자인과 가격이다.

디자인면에선 소나타가 가격면에선 K5가 더 나아보인다.

소나타를 실제로 보니 사진보다 더 예뻐보였다. 흰색모델에 팍 꽂혀버렸다.

 

그래...흰색 YF소나타. 저걸 내 써드카로 만들어야할텐데... 올해 연말까지 신차구입 프로젝트를

세우고 가동해야한다. 깡통인 주제에 눈만 높아서리..역시나 경제력..요게 관건이다.

이러다 연말에 구입한 차가 신형 아반떼가 되는건 아닐까 불안해진다...

실용적이고 이쁘긴 하지만 나이대가 있는데...아...결혼전 연애시절 차를보고 사람을 평가하던

뭇여성들의 교훈을 생각하면 타는 차가 아반떼냐 소나타냐에 따라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텐데...

 

(올 하반기 출시될 현대의 신형 아반떼. 이쁘긴 하다. 가격도 착하다.

근데 40대를 향하는 내나이를 생각하면...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