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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점심때 뭐 먹을까? 해삼..성게.. 잡으러 가자~


이번엔 낚시질 아니다. 정말 제목 그대로다.
반찬도 없고, 남자들만 셋이서 모여 날마다 밥해먹기 귀찮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주로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면서 살다가 지난 목요일, 현지 수렵에 나섰다.
사냥이라도 나가면 좋으련만 바닷가 섬마을에 특별히 사냥할건 없고 (있어도 할줄 모르고 ^^;)
물이 많이 빠졌길래 혹시 동작 굼뜬 소라나 고동이나 주울까 하고..
그런데 왠걸? 성게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나도 섬생활만 5년째 접어들지만 사실 그간 물이 많이 빠져 동네 할머니들이 바닷가로
바구니 들고 다니는것만 봐왔지 내가 직접 그리 해본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ㅡㅡ;
역시 배고프면 길을 찿게 되나보다 ^^




보이시는가? 저 살아 꿈틀대며 움직이는 성게 가시가~
사실 도시사람들은 성게가 발밑 바위틈에 있어도 저게 성겐지 뭔지 모를 분들도 많을게다.
나도 작년에 먹어봐서 알았지 그전에는 몰랐을터. 근데 한번 먹어봤다고 곧잘 성게를 발견하고
잡게되더라.. 직장후배가 마을에 갔다 돌아오는 기레 성게가 바위에 지천으로 깔렸다고해서
서둘러 잡으러(주으러) 나왔는데 그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안보인다. 잘보니 썰물때
물이 빠져나가면서 함께 나가버린 모양이다. 물 밖에 나와있는 녀석들은 없고 모두 물속에
있는걸 건져올렸다. 스무마리 정도? 잡았는데 솔직히 내가 잡은건 단 한마리다 ㅡㅡ;
잡으려해도 가시때문에 잡을수가 없어서 바위에 붙어있는거 막대기로 떼어내면 어느새
물결속에 사라져버리더라..제대로 잡으려면 장갑끼고, 또 그 위에 고무장갑 끼고 힘조절
잘해서 잡으면 모를까, 따끔거리는 가시때문에 여간 힘들었다. 꼭 밤송이처럼 생기지 않았는가?
그날 점심 메뉴는 성게알 비빔밥으로 떼웠냐고? NO~
비장의 메뉴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해삼이다..



우리의 사냥터, 바닷가 모습이다.
물이 빠진후 서둘러 나가보면 성게나 해삼을 잡을수 있다~ ^^
회사후배는 저 돌밭을 거닐다가 문어도 잡았다고 한다. 걔네들 세계에서도 동작이 굼뜬
애들은 물이 빠지는줄도 모르고 딴짓하다가 고립되는 애들이 있나보더라~




위에 보이는 해삼을 두고 "으~ 징그러워...저걸 어떻게 먹어~" 이러는 분들도 있을까?
횟집에서 정갈하게 손질되서 나오는 횟감만 드신분들은 그럴수도...
해삼을 직접 손으로 잡아 먹는건 우리 세사람 모두 처음이었다. 그래서 즉석에서 손질법을
토의하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 내장을 빼내고 겉과 속을 깨끗하게 씻은다음 잘게 잘라
초장 찍어먹기!
성게는 전에 먹어본 적이 있어 수월하게 먹었다. 원래는 살아있는 채로 반으로 잘라 노란
알을 파먹거나 밥에 비벼먹었는데 날로 먹는것 보다 끓는물에 살짝 데쳐먹는 맛도 좋아
그렇게 먹었다. 자연산 해삼과 성게를 먹는데 어찌 소주가 빠질쏜가~ 
그래서 일잔 거치다 보니 덕분에 점심 고민은 끝! ^^

오늘 포스팅 보신분들은 또 "너무 부러워요~" "저도 그런곳에서 살고싶어요~"
"맘만 먹으면 바다에 지천으로 좋은것들이 깔려있고 좋겠다~" 하시는 분들도 있을게다.
그런 분들께는 이 한마디만 해주고 싶다. 딱 1년만 와서 살아보라고...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