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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일곱살 딸아이와 오목 두다가...

꼬꼬에게 오목을 가르쳐줬다.
마트에 갔는데 오목과 장기, 윷놀이를 세트로 만들어 팔길래 '오호~ 이거 유용하겠는데?'
하며 냉큼 집어든거다. 나 어릴적에도 이런 바둑판이 집에 있어서 오목과 장기를 즐겼었다.
뒤집으면 바둑판, 뒷면은 장기판, 다들 아실거다 ^^
그러고보니 어릴적.. 아마 국민학교 입학전이었던 것 같은데 아버지께 장기를 배웠었던것
같다. 상당히 빨리 배웠었는데 그후로 실력이 늘지않아 뭐 지금도 그때와 비슷하긴 하지만..




일곱살 꼬꼬에게 오목을 가르쳐주면 좋아할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알까기로도 활용할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불행히도 난 바둑은 못둔다)
딸아이가 아니더라도 밤에 아내랑 오목을 둬도 재밌을것 같았다.
그날 밤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처음 가르쳐주고 둔 꼬꼬실력이나 아내 쌈닭 실력이나
거기서 거기 매한가지더라.. ㅡㅡ;

자, 예상했던대로 아내와 오목을 두고있자 꼬꼬와 꿀꿀이가 주위로 몰려들더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강아지 꽃비랑 하는 짓들이 똑같다..
그러다 이내 "나도! 나도!"를 외치며 덤벼들길래 꼬꼬에게 차분히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43이나 33은 없기로 규칙을 정하고,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먼저 다섯개를 두는 사람이
이기는거라 룰을 설명해줬다. 그러기에 상대가 세개를 나란히 두면 한쪽을 막아야 하는
거고, 주저리주저리~~~ 아는지 모르는지, 이해를 했는지 못했는지 무조건 실전모드로
돌입하자는 꼬꼬와 함께 오목을 뒀다.



두세판을 어이없이 두고나자 차츰 적응을 한다. 이제 제법 막기도 하고, 공격도 하는데
가로,세로는 잘하면서 대각선은 어렵나보다.

                                다음 수를 고뇌하는 꼬꼬와 훼방놓는 꿀꿀이


이 아름다운 아빠와 딸의 오목놀이는 결국 두 딸들의 울음바다로 끝이 났는데,
옆에 꿀꿀이는 저도 하겠다며 바둑알을 훔쳐가거나, 바둑판 위로 올라서려다 혼이나서
울고불고 난리났고, 꼬꼬는 사기진작 차원에서 두어번 져준다음에 아빠가 한번 이기자
분하다고 울음보가 터졌다. ㅡㅡ; (어이없음)

"꼬꼬야 게임하다보면 이길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거야. 이기면 기분 좋은거고, 지고나면
다음번에 더 잘해서 이기면 되는거지...왜 울어?"
"꼬꼬야, 너 게임하다가 졌다고 울고 심통 부리면 친구들이나 어른들이 너하고 게임하려
하겠어? 졌다고, 기분 나쁘다고 울고, 화내고 그러면 안되는거야~"
"꼬꼬야, 아빠는 원래 어른이니까 오목을 잘 둬. 그니까 아빠가 이기는건 당연한거야~
그대신 너도 아까 아빠 이기기도 했잖아~ 여러번 둬보면 실력이 늘어서 많이 이기게 돼."

이 얼마나 친절하고 상냥한 아빠표 교육이던가~ 저 발언을 해놓고 나서도 나름 뿌듯해했다.
왜 우냐고 시끄럽다고 무작정 화내는 아빠도 아닌, 딸의 정서까지 고려하고, 희망을 안겨
주는 명대사 아닌가!  ^^V
씩씩거리면서 져서 분하다는 꼬꼬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또 두자고 했다. 그리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시늉을 보이다가 한번 져줬더니 이번엔 또 언제 울었냐는등 기세가 등등
해서 펄쩍펄쩍 뛰어다닌다. 흐이그~

다음날도 꼬꼬가 오목을 두자길래 함께 두는데 "아빠, 한 수 물려줘~" 라는 고급 전문 용어를
사용한다. "어? 그 말 누구한테 배웠어?" 하자 낮에 엄마랑 둘때 엄마가 하더란다.
그 말인즉슨...쌈닭이 꼬꼬랑 오목 두다가... 꼬꼬한테 지기 직전에 한 수 물려달라고 했다는?
딸들보다 아내한테 먼저 오목을 가르쳐 줘야겠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