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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섬생활 하는 아저씨들의 특별한 점심식사


난 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있다.
직원 셋이서 생활하는데 아저씨 둘, 총각 하나.
그런데 도시촌놈들이 섬생활 하면서 따라붙는 다른 모든 불편한걸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식사문제다. 재작년까지 섬에 계신 아주머니 한분을 고용해서 식당을
운영해왔는데 건설회사의 침체기에 따른 긴축 경영의 일환으로 아주머니를 내보내고 작년
부터서는 직원들 스스로 밥을 해먹게 된 것이다. 그럭저럭 두어달은 버텼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완전 대학생때 지저분한 자취생활의 모습을 닮아가게 된다.
아침은 생략, 점심은 라면, 저녁은 김치찌게, 라면, 된장찌게, 라면, 또 김치찌게, 라면...
대충 끼니를 챙기고 나면 나오는 설거지 감은 또 어찌나 귀찮은지~
설거지 하기 싫어 끼니를 생략할때도 있다.
이렇게 비참한 생활을 하는 남편이 2주만에 집에 들를라치면 우리 아내 하는 소리가
집에선 매일 반찬없어 걱정인데 난 섬에서 맨날 회만 먹고 살다 왔다고 구박이다. 끙...
그래 어쩔땐 라면 끓이기 싫어 생라면 깨먹기도 하니 그것도 회라면 회겠다..

그러던 어느날 섬생활 하는 세 남자가 특별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으니, 메뉴는 바로
김밥이다. 솔직히 말하면 세 남자가 먹은거고, 김밥은 나를 뺀 두 남자가 준비했다.
그나마 제일 연장자라고 경로우대 받고 산다. 제발 서울 사는 젊은것들은(지하철 반말녀)
여기 섬속에 두 아저씨들을 보고 본받기를~





그럭저럭 갖출건 다 갖추고 김밥을 만다. 조금 달랐던 거라곤 김이 김밥용 김이 아니어서
(구멍 숭숭 뚫린 돌김이었다) 자꾸 옆구리가 터지길래 두장씩 말았다는 거~
단무지, 시금치, 깻잎, 햄, 지단이 골고루 준비된 모습이 보인다.



 

짜잔~ 완성품!!
난 이제껏 이렇게 맛있는 김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비록 김을 두장 덧대고 얼마나 크게
썰었는지 한입에 들어가기도 벅찬 사이즈였지만 꿀을 바른듯 꿀맛이었다.
김밥 한끼에 이렇게 행복할수 있다는거... 섬생활 속에 남자들만 사는 집의 또하나의
매력 아닐까?

매력...아니다. 한번 해봐라. 이 생활이 매력적인지...  ㅡㅡ;;
사장님, 우리 그냥 식당에서 밥 사먹게 해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