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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와 꿀꿀이

아내와 말다툼하고 있는데 초등1년 딸이 와서는...

우리 부부는 자주 다툰다. 티격태격, 옥신각신.

제법 큰싸움도 여러번 했고, 잔싸움이야 이루 헤아릴수 없이 많이해왔다.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라고? 그 말 처음 한사람 누군지 한번 만나보고 싶다. 사랑에 눈이멀어 콩깍지가 씌인 연애 초기 연인들이야 싸울일도 없고, 싸워도 칼로 물베기겠지. 불만이 있으면 속으로 삭이지 말고 자주 싸우라고? 심지어 어떤 부부 전문가들은 싸울때 치열하게 싸우라고까지 조언한다. 아주 대판 싸워란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되고, 사랑도 확인할수 있다나? 우와~~~ 이런 엉터리 전문가들은 학위를 박탈해야 한다. 다 헛소리다. 이 역시 콩깍지 씌인 여자나이 이팔청춘 열여섯 이몽룡과 성춘향 얘기든지, 열네살 로미오와 줄리엣 사이에서나 있을법한 일이다.


인생 단맛, 쓴맛 다보고 상대를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 절대 지려고 하지않는 고집센 부부들에게는 치명적인 조언들이다. 최대한 참아라. 어쩔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확전하지 말고 초기에 마무리 해라.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가 아니라 펜싱 칼로 서로의 심장을 1초동안 찌르기다. 1초가 얼마나 긴지는 말 안해도 다들 아실거다. 부부싸움 안할수록 좋다. 이제 겨우 결혼 8년차인 내가 하는 소리니 무시하실 분들은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아직 신혼이신 분들은 명심하시길... 그 분들에 비하면 내가 결혼선배니까~   ㅡㅡ;;


그날도 무슨 일인지 아내와 목청 높이며 티격태격 하고 있는데 그때 큰 딸이 조용히 다가와 내 옆구리를 톡톡 두드린다. "주원아, 네 방에 가있어. 아빤 엄마랑 마저 이야기할게 있으니까" 했더니만 자기를 따라오란다. 씩씩대면서 아내에게 눈을 흘겨주고 아이를 따라갔다. 그랬더니...



아이고~ 이게 다 뭐냐.. 피켓시위를 한다. 우리가 항상 싸워서 만든건 아니고 (ㅡㅡ;) 그날 학교에서 남녀평등이란 주제로 만들기를 한 모양이다. 허~ 웃음이 나와 버렸다.

모두 항상 양성평등 하게! 여남 모두 평등하게!

                                                                              박주원 (인)


주원이 눈에는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것도 남녀차별 문제로 보였던걸까? 어이가 없어 남녀평등하고 엄마,아빠 싸우는거 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했더니만...

첫째, 남녀평등이 아니고 여남평등이 옳은말이란다.

둘째, 엄마 아빠가 싸우는건 아빠 잘못이니 아빠가 무조건 사과해야 한단다. 왜? 엄마는 항상 우리들을 돌보시느라 피곤하고 해야할 일도 많은데 아빠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오랫만에 집에와서 엄마랑 싸우는거니 아빠가 잘못한 거라고.


이 말을 옆에서 듣는 아내는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그러면서 나더러 잘 들어두란다. 우리 큰딸 덕택에 부부싸움은 맥없이 끝나버렸다. 근데 아빠는 억울하다. ㅡㅡ^

주원이 눈에는 엄마는 항상 옆에서 함께 뒷바라지 하고, 살림하고 하니 바쁘고 고마운 존재고, 아빠는 옆에 없으니 하는일도 없다고 보이는건 아닌가 싶어 서운한 맘이 들었다. 그래서 주원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아빠가 떨어져 일하는건 아빠가 원해서 그러는게 아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싫어도 해야하는 일이란게 있다, 아빠도 우리가족 보고싶어서 항상 힘들어하며 일하고 있다라는걸 설명해줬다. 고개는 끄덕이는데 완전히 이해는 못한듯 하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일하라고 한다. 왜? 그래야 돈 더 많이 벌어올테니까. 끙...



어려서부터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다던 든든했던 주원이가 이젠 "비밀인데요, 엄마가 아빠보다 쪼~끔 더 좋아요" 하면서 도망간다. 이젠 엄마가 더 좋댄다. 아이고~~~  ㅠ.ㅠ 평상시 아빠의 부재가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다. 그럼 둘째 주하는? 이 녀석은 어렸을때나 -지금도 어리지만- 다섯살인 지금이나 초지일관 엄마만 좋아한다. 업어달라고 할때나, 선물 사달라고 할때만 아빠가 좋다고 하곤 금방 원상복귀 해버린다. 내 편은 이제 하나도 없다. 여자 셋이 한편먹고 남자 하나를 공격하니 이길 수가 없다. 한 가정의 세계도 동물의 세계와 다를바 없다. 오직 힘의 논리만 작용할뿐. 내 생존을 위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이제 순순이 권좌에서 내려와야겠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결혼이후 한번도 권좌에 앉어보지도 못했고, 인정도 못받았지만 말이다...